[통신원 수첩]박경완 - 손민한의 ‘포스’

  • 입력 2009년 3월 20일 03시 00분


후배들 다독여 4강진출 끌어낸 숨은힘

스포츠에서 팀 전력을 분석할 때 중요하게 고려되는 게 있다. 보이지 않는 힘인 ‘인탠지블 파워(intangible power)’다. 감독의 지도력, 라커룸 분위기, 선수들의 팀워크 등이 이에 속한다. 주장의 리더십도 빼놓을 수 없는 보이지 않는 힘이다.

이번 대회에서 최고참은 포수 박경완이다.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이다. 주장은 투수 손민한이다. 이들의 기록은 보잘것없다. 박경완은 아시아라운드부터 달랑 1개의 안타만 쳤다. 타율은 0.059다.

손민한은 6경기를 치르는 동안 한 번도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공에 힘이 없어 코칭스태프가 마운드에 세우질 못하고 있다. 극성팬들은 “이럴 거면 왜 대표팀에 뽑았느냐”며 코칭스태프를 비난하고 있다.

그러나 박경완 손민한은 단순히 기록만으로 평가할 수 없는 대목이 있다. 바로 보이지 않는 힘이다. 팬들은 이런 세밀한 부분을 알 수 없지만 코칭스태프는 두 베테랑의 역할에 경의를 표하고 있다.

박경완은 현재 몸이 성한 데가 없다. 시즌 때라면 푹 쉬어야 할 정도다. 하지만 아픈 몸을 이끌고 마스크를 쓰고 있다. 사실 타격은 젊은 강민호가 이제는 나이 든 박경완보다 낫다. 그렇지만 강민호에게 선뜻 주전 안방자리를 맡길 수가 없다.

이대호에서 이범호로 3루수가 교체된 것에서도 드러났듯이 단기전 승부에서는 수비가 승패를 좌우한다. 이대호와 강민호가 타력으로 2, 3점을 뽑는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실책은 실점과 직결된다. 정규시즌에서는 공격형 포수를 선호한다. 그러나 플레이오프나 WBC와 같은 단기전 승부에서는 수비가 우선이다. 한국 야구는 WBC에서 공격력으로 2회 연속 4강에 진출한 게 아니다. 투수력과 수비의 힘이 결정적이었다.

손민한은 더그아웃에서 후배들에게 힘이 돼주고 있다. 야구는 분위기가 매우 중요하다. 주장이나 베테랑이 어떻게 분위기를 이끄느냐에 따라 상황이 크게 달라진다. 손민한은 비록 마운드에 오르지 못하고 있지만 주장으로서 한국을 4강에 끌어 올리는 데 힘이 됐다.

좋은 성적을 거둘 때는 항상 특별한 사연이 있다.

샌디에이고=문상열 moonsytexas@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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