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박태호]한미 FTA, 이제는 우리의 입장을 정리하자

  • 입력 2009년 3월 20일 03시 00분


최근 론 커크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 내정자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언급하면서 재협상 가능성과 국회 비준동의안 처리 시기를 놓고 국내에서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한미 FTA 체결에 대한 국내 보완대책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007년 6월 말 협정이 정식 체결된 후 지금까지 비슷한 논란이 계속해서 반복되는 셈이다. 이를 바라보는 일반 국민은 안타깝기만 하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한미 FTA에 대한 입장을 다시 한 번 정리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 중반부터 일본과의 국제경쟁력 격차를 따라잡기 위한 전략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특히 일본 기업에 비해 현격히 뒤떨어진 핵심 부품과 소재 분야를 어떻게 하면 발전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 거기서 얻은 해답의 하나가 기초과학기술과 원천기술의 확보였다. 이를 위해 착안한 전략이 바로 한미 간 투자협정이다. 즉 미국 기업의 국내 투자를 유인해 기초과학기술과 원천기술 분야에서 도움을 얻자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스크린쿼터 축소 문제가 걸림돌이 되어 한미 투자협정 체결은 무산됐다. 당시 국제통상 전문가들은 한미 투자협정을 먼저 체결하고 그를 통해 우리 기업의 국제경쟁력이 제고되면 다음 단계로 한미 FTA를 추진하는 전략을 제시한 바 있다. 한미 투자협정이 무산되자 지난 정부는 직접 한미 FTA를 추진했다. 이렇듯 한미 FTA는 기본적으로 우리 기업의 국제경쟁력 제고를 위한 전략 차원에서 추진됐음을 알 수 있다.

특정상품 양허문제 해결 가능

국제무역이론은 무역자유화가 국민경제 전체 차원에서는 이득이지만 경쟁력이 취약한 일부 산업이나 기업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국제무역이론은 시장개방으로 피해를 보는 기업이나 노동자에게 정부가 소득 재분배 정책을 통해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가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할 점은 바로 국내 보완대책이다. 한미 FTA 국내 보완대책은 2007년 6월 말 지난 정부가 종합적으로 수립했으며 새 정부 들어서도 몇 차례 수정한 바 있다. 정부는 현재 농축수산 분야에 대한 피해 보전, 산업별 경쟁력 강화, 제조업 및 서비스업 중심의 구조조정과 근로자 고용안정 지원을 골자로 하는 종합대책을 구체적인 재정지원 규모와 함께 마련해 놓고 있다. 따라서 한미 FTA 국내 대책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는 비판은 근거가 없어 보인다.

최근 미국 내에서는 한미 FTA와 관련해 자동차 분야의 협상이 균형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한미 FTA는 수많은 상품과 서비스의 시장 개방뿐만 아니라 원산지 규정과 같은 무역 규범, 그리고 노동과 환경 문제까지 다룬 매우 포괄적인 국제협정이다. 따라서 최종 협상이 타결된 후에 자동차와 같은 특정 상품 하나를 떼어내 시장개방 관련 양허 내용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협상 과정에서 특정 상품의 양허 수준이 다른 분야의 양허 수준과 맞물려 이미 최종 협정문에 반영됐다고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양허 외의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양국 정부가 최종 협정을 수정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해결 방안을 강구할 수 있다.

우선 美와 공식대화 시작해야

우리의 입장은 명확해졌다. 즉 한미 FTA는 우리 경제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성공적으로 출범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 정부는 새로 구성되는 미국의 무역대표부와 공식적인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미국이 원하는 점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또 그것이 우리가 수용할 수 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국회는 소모적인 정치 공방을 중단하고 FTA 종합대책을 면밀히 검토한 후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처리해야 한다.

한편 우리 업계는 한미 FTA가 가져다 줄 수출 확대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고 분야별로 경쟁력 강화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또한 경쟁력이 취약한 산업은 과감한 구조조정과 정부가 마련한 국내 보완대책을 통해 미래성장산업으로의 전환을 적극 추진해 나가야 한다. 이렇게 우리 각자가 맡은 분야에서 철저한 준비를 해 나갈 때 한미 FTA는 글로벌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선진경제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다 줄 것이다.

박태호 서울대 국제대학원 원장·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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