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송종환]해외여행, 안전이 우선이다

  • 입력 2009년 3월 18일 03시 00분


예멘 시밤 지역에서 15일 발생한 테러사건으로 관광 중이던 우리 국민 4명이 사망하고 3명이 부상했다. 예멘 내무부는 이번 사건이 알카에다에 소속된 자살폭탄 테러범에 의한 고의적인 자살 폭탄테러라고 공식 발표했다. 우리 국민이 테러를 당한 지역은 1982년 유네스코에 등재된 고대 유적지이지만 예멘은 오래 전부터 국제 및 국내 테러리스트 조직의 은신처이며 알 카에다의 테러공격 위협으로 수도 사나를 제외하고는 안전한 곳이 거의 없을 정도로 위험한 나라이다.

2004년 김선일 씨가 이라크 무장 테러리스트에게 살해된 후 2007년 아프가니스탄과 소말리아에서 우리 국민이 무장 테러리스트나 해적에게 납치되는 여러 건의 사고를 겪으면서 정부는 재외국민 보호를 위한 영사업무 지침을 개정하고 외국에 거주하거나 여행하는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시스템을 강구해 왔다. 외교통상부 본부 국(局) 중 가장 많은 직원을 확보한 재외동포영사국은 외교부 홈페이지에 4단계의 여행경보 안전대책과 행동 방침을 망라한 해외안전여행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세계 유일의 영사콜센터, 해외여행객에 대한 문자메시지 제공, 신속해외송금제도, 해외여행 인터넷등록제를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시스템이 있음에도 우리 국민이 여행제한국인 예멘을 여행하다 불의의 사고를 당한 것을 보면 정부의 시스템이 국민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으며, 안전 불감증에 걸린 국민과 여행사에도 책임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제테러가 빈발해지고 흉포해지는데도 한 해 해외여행객이 1200만 명이 넘고 재외 동포가 700만 명에 이르는 현실을 고려해 정부와 기업, 국민 모두가 참가하여 현재의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한 대책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첫째, 정부가 좋은 시스템을 강구했음을 국민이 알도록 적극 알리는 서비스를 강화해야 한다. 외교부 홈페이지에 올려놓았다고 해서 할 일을 다 했다고 할 수 없다. 국민이 일상생활을 하면서 빈번하게 접근하는 일간지와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외교부의 해외안전여행 홈페이지를 개설해 운영할 것을 권고한다.

둘째, 여행사가 국민의 안전을 무시하고 영리 위주로 영업하는 행위를 강력히 지도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그 일환으로 국회와 정부는 여행사가 여행 목적지의 안전 정보를 해외여행객에게 의무적으로 제공하도록 하는 내용의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

셋째, 국토해양부 국가정보원 등 정부 내 관련 부처는 승객이 항공기에 탑승했을 때 항공사가 여행지역의 일기뿐만 아니라 안전에 대한 정보와 여행 시 안전 수칙을 제공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넷째, 해외여행객은 해외에서 ‘자신의 안전은 스스로 지킨다’는 의식을 갖고 해외여행 시 안전대책 강구를 생활화해야 한다. 정부가 가급적 여행을 삼가고 긴급용무가 아닌 한 귀국하도록 권고한 여행제한 지역을 국민이 여행하다가 불의의 사고를 당하는 무모한 일이 재발되지 않아야 한다.

2001년 9·11테러 이후 국제테러 사건이 빈발함에 따라 세계에서 100% 안전한 곳은 없다. 예멘이 관광객마저 테러리스트들의 공격 대상이 되는 테러의 온상(溫床)임을 알았다면 이번과 같은 참사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 테러사건 희생자들에게 애도를 표하면서 이 사건이 관계 당국은 물론 국민 각자가 테러에 대한 경각심을 새롭게 하고 국제테러 대책을 비롯하여 재외국민 보호 체계를 내실 있게 보완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송종환 명지대 초빙교수 전 안기부 해외정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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