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안경모]4대강 사업에 문화콘텐츠도 담자

  • 입력 2009년 3월 17일 02시 57분


세계 각국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물의 중요성을 인식하며 물을 자원화하고 전략화를 추구하고 있다. 국경을 잇는 강에서는 해당 국가 간의 분쟁이 끊이지 않는다. 이유는 물이 자연의 마지막 보루이자 인류의 생명수이기 때문이다.

미국 지리학회장 라이트는 가장 매력 있는 미래의 땅은 인간의 마음속에 있는 세계라고 했다. 그 세계를 건강하게 발전시키고 문화를 창달하는 원류는 바로 물이다. 물은 문화를 실어 나르며 인류의 문명을 발달시키는 데 큰 몫을 했다. 1492년 콜럼버스가 미 대륙을 발견함으로써 북미와 남미에 스페인 문화를 뿌리 내리게 했던 매개도 역시 물이었다. 이처럼 물과 문화는 상생의 원리를 가지고 있다. 동서를 막론하고 강은 인간의 삶과 애환 그리고 역사와 문화를 담아내는 현장이다.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많은 유적과 마천루의 빌딩 숲이 들어선 현대화된 도시도 강을 끼고 있는 유역에서 발달했다.

런던의 템스 강, 파리의 센 강, 빈의 다뉴브 강은 지역의 문화콘텐츠를 접목해 세계적인 문화관광지로 명성을 올리며 지역경제를 창출하고 있다. 일본 시가 현과 나가사키 현을 잇는 우레시노 강변의 온천여관은 문화와 관광을 접목한 대표적인 문화관광지로 알려져 있다. 물을 통한 축제도 세계 여러 나라에서 펼쳐진다. 아시아에서는 라오스의 피마이 축제, 태국 치앙마이의 송크란 물 축제, 미얀마의 틴잔 축제가 대표적이다. 오스트리아의 다뉴브 강 지역 중 문화관광지역으로 가장 발달된 린츠는 연간 150개의 예술 프로젝트가 진행된다. ‘음악과 아트, 시민들의 만남’이란 주제로 대형 축제가 펼쳐진다. 이 도시에는 다뉴브 강을 중심으로 45개 박물관과 갤러리가 있고, 29개 연극 및 아트센터가 자리 잡았다.

우리의 역사적인 생활환경도 마찬가지여서 강을 따라 고을이 생성되었고 경제활동이 형성되었다. 한강 금강 낙동강 영산강도 이미 오래전 우리 민족이 번성하게 살아온 문화경제활동의 보고지라고 할 수 있다. 4대 강 살리기 사업은 강이 지닌 문화적 특수성, 생활레저의 경제적 가치를 고려했으면 한다.

강 유역에 흩어진 우리 선조의 삶의 지혜를 문화적 가치로 다시 엮어 내고 편안한 레저생활공간으로 활용하며 후대가 맘껏 즐기며 함께 소통하는 강으로 가꾸어야 한다. 그리고 자연, 전통문화, 문화기술을 결합한 공간을 구축해야 한다. 강 주변의 우수한 지역문화 콘텐츠를 발굴하며 문화 원형 창작 소재를 개발하고, 과거 현재 미래의 스토리가 흐르는 4대 강 ‘물문화(Water Culture) 콘텐츠’를 만들어 세계시장에 팔아야 한다. 세계 강의 역사를 한 군데로 모으며 강과 더불어 공존하는 글로벌 명품 수변자원(다리, 폭포, 건축물, 레저시설, 문화행사 등)도 디지털로 만들어 문화관광자원으로 활용해야 한다. 물은 흐르며 감싸고 융합하며 강을 만들어 간다. 4대 강 정비사업은 물의 원리를 반추하여 지역의 갈등, 세대의 반목도 풀어주는 화해 화합의 수변문화 젓줄을 만드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생명이 흐르는 강줄기에 문화콘텐츠가 띄워지는 날이 하루 속히 다가오길 기대한다.

안경모 경희대 관광대학원 교수·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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