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투데이]‘공매도 규제’로 끌어올린 美증시 오래갈까?

  • 입력 2009년 3월 17일 02시 57분


미국 증시의 반등이 화제다. 주간 단위로 10%에 육박하는 상승을 기록한 것도 드문 일이지만, 나흘 연속 상승하는 뒷심까지 보여 줌으로써 단기 차익을 겨냥한 일시적 반등이 아닐 수 있다는 기대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내용을 잘 살펴보면 단기 급락에 따른 기술적 반등의 성격이 강하다는 사실을 금세 알아챌 수 있다. 먼저 반응의 계기가 된 비크람 팬디트 씨티그룹 최고경영자(CEO)의 ‘드디어 이익을 내기 시작했다’는 내부 메모에는 ‘부실자산에 대한 상각을 제외하면’이라는 단서가 붙는다. 제너럴모터스(GM)의 ‘이달까지는 정부의 추가 지원이 없어도 버틸 수 있다’는 말도 ‘약간의 할리우드 액션이 있었지만, 다음 달까지 지원을 해주지 않으면 파산할 수 있다’는 협박을 한 것이나 진배없다. 심지어 제너럴 일렉트릭(GE)의 신용등급 하향이 ‘예상보다 큰 폭은 아니다’라는 인식 역시 그만큼 ‘GE의 금융부문 부실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크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입증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미국 투자자들은 이러한 재료들을 호재로 인식하며 급하게 주식을 사들였다. 공매도 제도 변경이라는 숨은 공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공매도 제도 변경이란 소위 ‘업틱 룰’을 부활한 것을 가리킨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공매도를 건강한 시장제도로 인정하고 있다. 이를테면 지수가 상승할 것으로 보이지만 특정 종목만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면 사실상 공매도 외에는 투자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매도의 문제점은 하락장에서 주가를 지나치게 끌어내린다는 점이다. 이에 대한 절충으로 만들어진 제도가 업틱 룰이다. 공매도를 하되, 공매도를 하는 투자자가 직접 주가를 끌어 내리지 못하도록 직전 체결가격 이하로는 호가 주문을 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제도가 공매도를 위축시켜 자본거래의 활성화를 방해한다는 이유로 미국 금융 당국은 2년 전에 ‘업틱 룰’을 폐지했다. 상승장에서의 자만인 셈이다. 하지만 불과 2년 만에 주가가 급락하면서 시장이 괴멸될 위기에 처하자 이 제도를 부활했다.

그 결과 공매도가 시장 하락에 미치는 영향력이 줄어들 것을 두려워한 기존 공매도 세력들이 급히 주식을 사들였고, 또 이것이 앞서 말한 재료들과 맞물리며 지난 수요일 미국 증시가 급격하게 반등한 것이다.

결국 미국 증시는 당분간은 반등의 기조를 이어가겠지만, 추세적으로는 여전히 부정적이다. 주가는 실물경제의 거울이기 때문이다.

박경철 경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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