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해고파동 뻔한 비정규직법 그냥 두란 말인가

  • 입력 2009년 3월 14일 02시 58분


노동부가 어제 비정규직 고용기간을 현행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는 내용의 비정규직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7월을 기점으로 근무한 지 2년을 초과하는 100만 명가량의 비정규직이 계약 만료 시점에 대거 실직하는 사태를 막기 위한 것이다.

애초 비정규직법은 기업이 비정규직을 2년을 초과해 고용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정규직으로 전환시키려는 발상에서 나왔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비정규직 해고법’으로 작용했다. 노무현 정부의 비현실적인 입법이 낳은 후유증이다. 정규직 전환은 공공기관과 은행 등 일부에 그쳤고 대부분 기업이 2년이 넘기 전에 비정규직을 해고하고 있다. 비정규직을 내보내고 다른 비정규직을 채용하거나 비정규직이 하던 업무를 다른 업체에 도급을 주거나 용역을 쓴다.

고용기간을 4년으로 연장해도 비정규직 처우 개선 등의 과제가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이 법 시행 2년이 되는 7월을 전후해 벌어질 해고 파동은 막을 수 있다. 작년 9월 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비정규직을 해고할 계획인 근로자 100명 미만 소기업 가운데 60%는 ‘고용기간이 늘어날 경우 계속 고용하겠다’고 했다. 4년 일하면 숙련도가 높아져 정규직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실제로 한국개발연구원(KDI) 조사 결과 근속기간이 평균 2년 4개월인 비정규직 중 13.6%만 정규직이 됐으나 4년 4개월인 비정규직은 62.7%가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노동계는 “기간을 연장하면 기업들이 비정규직 채용을 늘릴 것”이라는 이유로 법 개정에 반대하며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경기침체로 고용을 줄이려는 기업이 늘어나 전체 일자리가 감소하는 판에 ‘정규직 전환’만 요구하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 비정규직들이 일자리를 잃었다가 비슷한 일자리를 다시 구하려면 시간이 걸린다. 경제위기에 고통만 가중할 뿐이다.

연초에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했다가 노동계 눈치를 보느라 발을 뺀 한나라당은 무책임하다. 노동부가 낸 개정안을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해 7월부터 시행해야 한다. 민주당도 비정규직 대량해고 사태를 진정으로 막고 싶다면 법 개정에 협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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