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20년 걸려 납품따낸 ‘1등 中企’의 열정

  • 입력 2009년 3월 12일 02시 59분


세계최강 비결은 땀방울

해외 틈새시장 파고들어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중소기업을 취재하며 적잖게 놀랐습니다. 세계 시장 점유율이 높은 48개 중소기업 대부분은 세계적인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올해 들어 수출과 매출액이 크게 늘었기 때문입니다.

기업들을 인터뷰하자 조금씩 의문이 풀렸습니다. 그들이 흘린 땀방울이면 세계 1위가 충분히 될 만했거든요. ▶본보 10일자 B1면 참조 불황 먹구름 뚫은 ‘NO.1 中企’

선실(船室)용 내장재를 생산하는 스타코를 한번 볼까요.

1991년 설립된 스타코는 바다와 접해 있는 국가라면 빼놓지 않고 제품을 팔러 다녔다고 합니다. 개발도상국 조선소에는 자사(自社) 기술을 전파하기도 하고, 한국 유수의 조선소와 연계해 주기도 했습니다. 납기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맞췄다고 합니다. 현재 스타코는 제품의 약 60%를 해외로 수출합니다. 한국이 세계 1위의 조선 강국(强國)인데도 수출을 더 많이 합니다.

이 회사 문상훈 이사는 “한국 시장에서만 강하다면 혹시 한국 경제가 급격히 나빠지면 어떻게 대처하겠느냐”며 “미개척 시장을 10년 이상 개발했더니 특정 국가의 경기 침체와 상관없이 꾸준히 주문이 들어온다”고 말했습니다.

제철소 고로(高爐)에 뜨거운 바람을 불어넣는 풍구를 만드는 서울엔지니어링은 1970년대 초반부터 개발을 시작했지만 실제 납품하기까지는 약 20년이 걸렸습니다. 이 회사는 400만 원짜리 시제품을 들고 포스코를 찾아가 무료로 사용해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불량으로 판명돼 풍구를 교체할 때는 조업 중단으로 인한 손해까지 물어야 했기 때문에 수억 원을 배상한 적도 있었습니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1988년 포스코가 드디어 납품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포스코에 전량 납품하는 풍구’라는 꼬리표를 달자 해외 수출도 술술 풀렸다고 하네요.

카지노용 모니터를 만드는 코텍 역시 1995년 세계적인 게임회사인 미국 IGT를 만났지만 정작 납품은 4년 후부터 했습니다. IGT가 온갖 테스트를 요구했기 때문입니다. 테스트가 수백 회를 넘어가자 ‘포기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모든 테스트를 통과하고 IGT와의 계약서에 도장을 찍자 ‘불행 끝, 행복 시작’이었다고 하네요.

국내외 경제가 힘듭니다. 하지만 힘을 냅시다.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기업들 역시 대부분 망하기 직전까지 갔다가 오기와 열정으로 다시 일어섰답니다.

박형준 산업부 기자 loves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