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나라당, 동의대 사건 黨論 뭔가

  • 입력 2009년 3월 6일 02시 59분


1989년 부산 동의대 사건 때 불을 질러 경찰관 7명을 사망케 한 학생들을 ‘민주화 영웅’으로 떠받든 민주화보상심의위원회 결정(2002년)에 대한 한나라당의 당론은 뭔가. 자기 당 소속 전여옥 의원이 재심 법안을 추진하다 국회에서 보복테러까지 당했다면 어떤 형태로든 견해 표명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한나라당은 국민대표기관이자 개개인이 헌법기관인 동료 국회의원에 대한 테러를 철저히 배격한다는 당 차원의 의지도 제대로 밝힌 적이 없다. 또한 대법원 확정판결을 통해 명백한 불법폭력으로 입증된 사건을 일개 행정위원회가 민주화운동으로 왜곡한, 헌법과 대한민국 정체성에 대한 모독을 바로잡겠다는 다짐도 없다. 당사를 항의 방문한 전 의원 지구당원들에게 박희태 대표가 “법안 내용을 검토해 보겠다”고 한마디 한 게 전부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531만 표 차로 당선된 데는, 불법폭력을 휘두르며 국가의 근간을 부정했던 사람들을 민주화운동자로 미화하는 역사 왜곡을 바로잡아 달라는 다수 국민의 목소리도 담겨 있다. 이 대통령도 지난해 12월 “국가 정체성을 훼손하는 굉장히 폭넓고 뿌리 깊은 상황이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민주화보상심의위는 동의대 사건 말고도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 사건 핵심 간부들을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하는 등으로 ‘민주화’의 의미를 심하게 왜곡했다.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실용으로 경제위기를 극복해야 할 판에 야당 및 진보좌파 단체들과 마찰을 빚을 필요 있느냐”는 기류도 없지 않다. 비겁한 야합이다.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고 사회 곳곳을 왜곡된 이념으로 뒤덮으려는 기도를 차단하는 것이야말로 국가 위기 극복 및 선진화 달성의 정도(正道)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 10년 동안 자행된 헌법파괴적 행위들을 바로잡지 않는다면 정권 교체의 의미도 퇴색될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의 침묵은 내 밥그릇만 그득 차 있으면 정체성이고 뭐고 구태여 피곤한 일에 나서지 않겠다는 웰빙당 체질을 거듭 보여주는 것에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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