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방형남]현인택 장관의 원칙

  • 입력 2009년 3월 5일 02시 58분


현인택 통일부 장관의 등장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 출범 1년이 지나 비로소 제 길로 접어들었다는 의미를 갖는다. 전 정부 사람인 김하중 전 장관을 기용했던 우회기간이 끝나고 비로소 이 정부의 대북정책을 실전(實戰)에 적용해볼 수 있게 된 것이다. 현 장관은 이 정부의 대북정책인 ‘비핵 개방 3000’을 입안한 주역이다. 어제 그의 첫 내외신 기자간담회에 관심이 쏠린 것은 그래서다.

▷현 장관은 북한 비핵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그동안 껄끄럽게 여겨져 왔던 북한 인권문제도 정면에서 거론하는 등 전 정부의 통일부 장관들과는 분명한 차이를 보였다. 그는 “북한의 비핵화는 전면적인 남북관계 개선과 북한이 국제사회 일원으로 참여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그제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북한에 인권개선 조치를 촉구한 데 대해서도 “인권상황에 대한 애정 어린 비판을 인류 보편적 가치의 입장에서 지적한 것”이라고 설명해 이에 대한 북한의 반발을 일축했다. 이 대통령에 대한 비방도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지난 1년간 정부의 대북정책은 수세적 대응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금강산 관광객 사살과 개성공단 흔들기를 비롯해 북한이 저지른 사건들을 뒷수습하기에 바빴다. 왜곡된 남북관계를 과거 정부 탓으로 돌리는 경향도 강했다. 현 장관이 이날 밝힌 대북정책의 원칙과 기준은 정권 교체를 실감케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북한에 대화를 촉구했다. 이 대통령이 6·15 공동선언과 10·4 정상선언의 합의도 존중하겠다고 한 만큼 북한은 지체 없이 대화에 응하라고 강하게 압박했다.

▷바른 선택이다. 원칙을 지키되 북한과 생산적이고 건설적인 대화도 해야 한다. ‘비핵 개방 3000’도 결국은 대화를 통해 실현될 수밖에 없다. 이제 공은 북한으로 넘어갔다. 현 장관의 제의에 응함으로써 상생 공영할 것인가, 아니면 핵무기를 끌어안은 채 자멸하고 말 것인가의 선택은 북한의 몫이다. 북한도 이제는 달라진 환경을 인정해야 한다. 눈치보고 퍼주던 시절은 지났다. 조동호 이화여대 교수의 말처럼 ‘퍼주기’도 ‘안 주기’도 아닌 ‘잘 주기’의 시대가 열렸다면 북한도 거기에 맞춰야 한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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