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정용관]호주 이끄는 ‘다문화의 힘’ 우리는 언제…

  • 입력 2009년 3월 5일 02시 58분


4일 호주를 국빈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과 함께 시드니에 도착한 김윤옥 여사가 찾은 곳은 체스우드라는 지역의 다문화센터(MOSAIC·Multicultural One Stop Assistance and Information Center)였다.

‘모자이크’라는 명칭이 눈길을 끈 이 센터의 2층에선 한국계 주부와 할머니 10여 명이 라인댄스를 하고 있었다. 이곳엔 ‘뜨개질 방’도 있었다. 여기서 만난 50대의 한 한국계 여성은 “이불을 만들고 있다. 도네이션(기부)을 하려 한다”고 말했다.

호주는 지역마다 이런 다문화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다양한 언어, 종교, 인종 배경을 가진 시민들의 가치를 인정하고 문화 간 조화와 동등한 권리 및 책임을 증진하기 위해서다. 다문화장관 산하에 지역별로 ‘다문화위원회’를 두고 체계적 지원을 한다. 호주 국민의 출신국이 190개국 이상이고, 다른 나라에서 태어난 국민의 비율이 24.6%에 이르는 것 등은 이런 적극적인 다문화 정책의 산물이다.

전임 존 하워드 총리가 원주민에게 사과하지 않고 소극적 이민정책을 추진한 것과 달리 지난해 1월 취임한 케빈 러드 총리는 ‘단합된 호주’를 강조하며 난민수용 문제에도 탄력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러드 총리의 사위는 홍콩계다. 한때 ‘백호(白濠)주의’를 표방하던 이 나라가 이제는 ‘다문화의 힘’을 깊이 인식하고 있다.

전날 뉴질랜드 방문 때 이 대통령이 한국계 ‘골프 신동’인 대니 리(이진명·19)를 만나 “차세대 타이거 우즈가 돼라”고 격려하며 큰 관심을 보이자 존 키 총리는 “대니 리는 뉴질랜드 선수”라고 강조했다. 다문화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사례다.

4일 오후 시드니의 명소 ‘달링하버’를 걸었다. 흐린 날씨였지만 다양한 피부색의 많은 사람이 다리 위를 오갔다.

관광객도 적지 않았지만 아기를 유모차에 태워 한가롭게 거니는 한국계 여인, 헤드셋을 쓴 채 자전거를 타고 가는 태국계 청년, 손을 꼭 잡고 거닐고 있는 중국계 노부부 등은 ‘호주인’임이 분명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마리 바시어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주 총독과의 환담에서 “많은 한국인에게 호주는 유학, 이민, 관광 등의 목적으로 방문하고 싶어 하는 국가”라고 했다. 우리나라는 언제 외국 정상에게서 그런 얘기를 들을 수 있을까. ―시드니에서

정용관 정치부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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