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투데이]애널리스트 리포트를 그대로 믿으십니까?

  • 입력 2009년 3월 5일 02시 58분


미국의 대형 은행들이 천문학적인 공적자금 투입에도 불구하고 끝없이 숨겨왔던 손실을 쏟아내고 있다. 금융시스템에 대한 투자자의 불신으로 주식시장 하락이 끝없이 지속되고 있다. 이와 함께 사전에 부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애널리스트들의 신뢰도도 바닥으로 추락했다. 애널리스트들이 사전 예측 능력이 별로 없을 뿐 아니라 예측의 오류도 너무 심하다는 것이 이번 약세장에서 또다시 드러났기 때문이다.

애널리스트들이 제대로 된 분석리포트를 못 내놓고 있는 이유는 기업들이 유리한 정보만 노출하고 불리한 정보는 숨기기 때문이다. 애널리스트는 기업이 주는 정보만 갖고 수동적인 리포트를 쓰는 관료화된 행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분석대상 기업의 고객, 납품처, 경쟁사를 통해 유용한 정보를 수집해서 스스로 질 높은 분석보고서를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사고가 터진 다음에야 원인 분석을 하는 쓸모없는 보고서가 된다.

이러한 비난은 주로 투자은행 소속 애널리스트나 신용평가사 소속 애널리스트에게 쏟아지고 있다. 특히 신용평가사의 애널리스트들은 사후의 분석보고서로 예방 기능은커녕 오히려 위기상황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투자은행 소속 애널리스트는 주식의 매도자 의견을 대변하므로 언제나 낙관적인 근거를 내놓는다. 상승장에서는 스타가 되지만 하락장이 오면 비난의 대상이 되고 인기가 추락한다. 강세장의 몰락과 투자은행의 몰락으로 매도자 의견을 대변하는 애널리스트는 모두 죽었다.

한편 자산운용사 소속 애널리스트는 매입자 시각에서 언제나 투자위험을 찾아내야 하므로 비관적 성향을 보인다. 비관론자는 상승장에서 오랜 음지 생활을 한 뒤 하락장이 오면 빛을 본다. 오펜하이머투자자문의 금융담당 애널리스트인 메러디스 휘트니는 미국 은행주의 부실과 주가의 급락을 정확히 예측해서 최근 약세장에서 스타로 떠올랐다.

그녀는 과거 상승장에서도 항상 문제점을 정확히 지적해내서 족집게 애널리스트라는 별명을 얻은 비관론자였다. 미국 정부가 금융구제안을 내놓을 때마다 문제점을 지적해 정책을 후퇴시키거나 수정하게 만들었고 그때마다 정책기대감에 반등하는 주가를 하락시켰다. 미국 금융시장에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보다도, 재무장관보다도, 대통령보다도 더 영향력이 크며 이제 금융시장의 황제로 군림하고 있다. 그녀는 작년 초 미국 주택시장과 주식시장이 20% 추가 하락할 것이라고 예측했고 올해도 비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언제나 그랬던 것 같다.

애널리스트의 리포트는 다 믿으면 안 된다. 강세장의 낙관적인 리포트와 마찬가지로 약세장에서의 비관적인 리포트도 비판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낙관론자는 언제나 낙관적이며, 비관론자는 언제나 비관적이다. 강세장에서는 낙관적인 리포트만 눈에 들어오고 약세장에서는 비관적인 리포트만 눈에 들어오게 된다.

박춘호 이토마토 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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