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투데이]각국 처방 대증요법서 근본치료로 ‘급전환’

  • 입력 2009년 3월 4일 02시 54분


대증요법(對症療法)은 당장의 통증을 완화하는 치료법으로 일시적 고통은 줄여준다. 그러나 동양의학에서는 표치(表治)라고 하는 대증요법보다는 체질과 내성을 강화해 환자 스스로 병을 치료하게 하는 본치(本治)를 선호한다.

그렇다면 이번 금융위기에 대한 처방은 어떤 식일까? 위기 발생 후 각국은 시급한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단기 처방, 즉 대증요법에 몰두해 왔다. 체질이 허약한 상태에서 원인을 제거하는 본치가 오히려 병을 악화시킬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먼저 대증요법으로 상처를 봉합한 후 근본치료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2월까지의 위기 대책은 대부분 대증치료였다. 그러나 현재의 문제를 미래로 넘기는 차원의 대증요법이 한계를 보이게 되자 미국을 비롯한 각국은 근본적 치료인 본치의 단계로 전환하고 있다.

2009년 미국의 정부 예산은 재정적자가 무려 국내총생산(GDP)의 12.3%에 이르는 수준에서 편성됐다. 산발적인 대증요법보다는 총체적인 대응에 나서겠다는 의지 표명이다. 더군다나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부유층 세율을 인상하고 씨티은행을 실질적으로 국유화했다. 대규모 적자에 시달리는 제너럴모터스(GM) 등 제조업체들은 복리후생을 파격적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지난주 미국 경제의 시계추는 60년 전인 2차 대전 직후로 회귀했다.

10년 전 우리의 외환위기 극복과정을 돌이켜 보자. 당시 한국은 사회의 기초부터 바꾸기를 강요당했고 당연히 그래야 된다는 공감대도 형성됐다. 제도와 관행뿐 아니라 문화와 의식까지도 모두 바꾼 결과 한국은 위기에서 빠르게 탈출할 수 있었다.

지금이 바로 그런 변곡점에 도달한 상황이다. 미국뿐 아니라 세계 전체가 이제는 대증요법의 한계를 넘는 근본적인 치료가 필요한 시점에 도달했다. 최근 논의되는 일자리 나누기는 반(反)시장적 조치지만 사회 안정을 위해서는 불가피하다. 다만 사회 전체가 진정성을 가지고 동시에 실행할 때 상생의 기초가 마련된다. 당분간 국가를 막론하고 근본적 치료 방법에 대한 논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견, 본치에 해당하는 각국 정부의 과감한 조치들은 금융시장과 상관관계가 낮아 보인다. 그러나 글로벌 위기의 본질을 시스템 위기로 파악하고 사회의 밑단부터 처방에 나서기 시작했다는 점은 장기적인 희망의 근거가 된다. 금융시장은 경제와 사회가 안정돼 불확실성이 낮아질 때 정상 가동되기 때문이다. 향후 주가, 금리, 환율 등 시장의 주요 변수는 근본적이고 총체적인 대응을 제대로 하는지에 달려 있다.

홍성국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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