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여야와 국회의장의 입법게임에 ‘누더기 법’ 걱정 된다

  • 입력 2009년 3월 2일 03시 00분


민주당이 어제 여야 대표회담에서 미디어관계 6개 법안 중 별다른 쟁점이 없는 저작권법, 디지털전환법은 4월 국회에서, 신문·방송법 등 나머지 4개 법안은 ‘사회적 논의기구’를 구성해 6개월 내에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김형오 국회의장은 한나라당이 미디어법을 대폭 양보하는 모양새를 취해야 직권상정이 가능하다며 타협을 종용하고 있다. 한나라당 일각에선 신문 방송 겸영과 대기업의 방송진입 허용 부분은 처리를 미루거나 대기업의 지상파 지분 참여율을 당초 20%보다 낮추는 절충안을 제시하고 있다.

무슨 법안이든 여야는 그 본질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협상을 통해 일부를 조정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헌법정신과 법률체계에 맞아야 한다. 타협을 위한 타협으로 헌법의 기본 정신에 어긋나거나, 위헌적 조항이 담긴 ‘누더기 법’을 제정할 수는 없다.

언론에 대한 규제는 원칙적으로 헌법정신에 반한다. 신문사와 대기업의 현행 방송사 소유 금지는 1980년 신군부에 의한 언론통폐합의 유산일 뿐이다. 미디어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도 신문 방송 겸영은 필요하다. 세계가 그 길로 가고 있다.

민주당이 미디어관계 법안들을 일단 상정해놓고 4월 국회에서 처리해주겠다고 약속한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지켜질 가능성이 거의 없다. 4월 국회는 추가경정예산안 처리가 핵심 안건이므로 민주당이 미디어관계 법안들을 연계할 경우 통과는 더 어려워진다. 6월 국회에선 더 논란이 많은 비정규직법안이 기다리고 있다.

민주당 보좌진과 당직자들이 어제 국회 본청에 힘으로 밀고 들어가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을 집단폭행한 것부터가 폭력을 동원해서라도 법안 처리를 막고 결국 폐기시키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민주당이 ‘협상’ 테이블에 나온 것도 결국 시간만 끌다가 결렬 책임을 국회의장과 한나라당에 덮어씌우려는 교란전술에 불과하다.

국회의장과 한나라당은 정치적 부담을 피하기 위해 ‘차(車) 떼고 포(砲)를 뗀’ 껍데기 법을 만들어 면피나 하려는 기회주의적 처신을 해서는 안 된다. 조문 한 줄 한 줄에 국가경쟁력과 나라의 장래가 걸려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원안 통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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