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담당 공무원도 잘 모르는 100가지 福祉서비스

  • 입력 2009년 2월 23일 02시 54분


서울 양천구청 8급 기능직 공무원 한 사람이 어떻게 26억 원에 이르는 장애인 보조금을 빼돌릴 수 있었을까. 한나라당 원희목 의원이 이런 의문을 어느 정도 풀어주었다. 원 의원은 지난주 국회에서 “복지 보조금과 관련된 횡령, 부정수급(受給), 중복수급 같은 사고가 잇따르는 것은 복잡한 복지전달시스템에서 비롯된 필연”이라고 말했다. 기초생활수급자, 장애인 등 사회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사회복지 및 보건의료서비스가 100가지에 가까워 담당 공무원조차 어떤 사업이 있는지 파악하지 못할 구조라는 것이다.

보건복지가족부 15개 과가 각기 사업비를 전국 16개 시도에 내려 보내고, 각 시도는 다시 시군구 기초단체에 내려 보내는 식으로 집행하다 보니 일반 국민은 어디 가서 어떤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지도 알기 어렵다. 복지 행정체계가 이렇게 불투명하고 공급자 위주로 돼 있기 때문에 세금 주머니를 차고앉은 공무원들이 행세를 하는가 하면 심지어 횡령하는 사고의 개연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반면에 지원받아야 할 빈곤층은 대통령에게 편지라도 쓰지 않으면 도움을 받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올해 복지부 사회복지예산으로 배정된 13조4095억 원이 거의 이런 식으로 관리되고 있다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복지부 외에 노동부의 실업급여, 국토해양부의 임대주택 지원, 중소기업청의 소상공인 지원 등 여러 부처에서 관장하는 복지서비스도 문제가 없는지 확인해 봐야 한다. 영국 등 복지행정 경험이 많은 나라처럼 다양한 복지서비스를 묶어 한곳에서 처리하는 원스톱 시스템에 대해 검토해봄 직하다.

경제위기로 새로운 빈곤층이 등장하면서 복지예산 규모는 더 늘어나고 있다. 전달체계를 근본부터 개선하지 않는 한 복지 관련 부조리를 없애기가 더 어려울 것이다. 복지 행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공급자 위주로 쪼개진 서비스를 이용자 위주로 알기 쉽게 개편해야 한다. 나아가 현재 여러 곳으로 나뉜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 4대 사회보험 관리기관도 한군데로 통합하는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 국민이 복지제도에 쉽게 접근하고, 운용의 불투명성과 비효율을 줄일 수 있는 방향으로의 개혁이 절실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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