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순덕]‘세 끼 걱정 사회주의’

  • 입력 2009년 2월 23일 02시 54분


“하루 세 끼 밥 먹는 것을 걱정하는 사회주의라면 그런 사회주의는 안 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 이명박 대통령이 열흘 전 한나라당 청년위원회 관계자들과 만찬하면서 한 말에 북한이 격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21일 “우리의 사회주의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인민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모독이고 우롱” “이명박 패당” 운운하며 흥분했다.

▷널리 알려졌듯이 북한에선 하루 세 끼 밥 먹는 주민이 많지 않다. 작년만 해도 북한 당국은 주민들에게 먹일 식량 100만 t이 부족하다며 국제사회에 손을 내밀었다. 군대에서 간부들이 식량을 빼돌리는 바람에 ‘강영실 동무’(강한 영양실조에 걸린 동무)라는 신조어가 퍼질 만큼 영양실조가 만연해 있다. 세계식량계획(WFP) 홍보대사로 위촉된 배우 장동건 씨는 “북한에서 600만 명이 굶주림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1995년 이후 3년간 ‘고난의 행군’ 때는 주민 수백만 명이 굶어 죽었다.

▷당시 김정일은 아버지 김일성 주석의 무덤인 ‘금수산 기념궁전’을 짓는 데 8억9000만 달러를 썼다. 그 돈의 3분의 1만 절약해 200만 t의 옥수수를 수입했더라면 기아(飢餓)사태는 막을 수 있었다. 작년 말에는 러시아 모스크바를 공식 방문했던 박의춘 북한 외무상이 김정일의 애용식인 고급요리 재료 캐비아(철갑상어 알을 소금에 절인 식품)를 챙겨 갔다. 16일 67회 생일상을 거창하게 차린 것은 물론이다. 북한 주민은 ‘세 끼 걱정 사회주의’인데 김정일만 ‘캐비아 사회주의’다. 주민들은 주린 배를 안고 지도자 만세를 불렀다.

▷남측의 북한 주민 걱정에 대해 조평통은 “동족의 존엄과 체제를 악랄하게 모독하고 전면 부정하는 마당에 무슨 북-남 화합이 있느냐”고 했지만 공허한 삿대질이다. 어떤 체제든 제 백성 굶기는 정치야말로 참을 수 없는 국민 모독이고 범죄 행위다. 체제보다 중요한 건 세 끼 밥 먹기이고, 사람 목숨이다.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나라에선 기아가 생길 수 없다고 인도 출신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 아마티야 센은 강조했다. 설령 흉년이 든다고 해도 구호식량을 나눠 먹을 수 있어서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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