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 클린턴 메시지에 어깃장 놓을 생각 말라

  • 입력 2009년 2월 21일 03시 21분


한미 양국은 힐러리 클린턴 미국국무장관의 방한을 계기로 탄탄한 대북(對北) 공조를 만천하에 과시했다. 클린턴 장관과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어제 한목소리로 북한을 향해 핵 불용(不容) 방침을 밝히고 탄도미사일 관련 활동 중단을 요구했다. 클린턴 장관은 “북한 문제에서 한미는 한마음”이라며 “북한은 한국을 비난하고 대화를 거부하면서 미국과 다른 형태의 관계를 얻을 수 없다”고 단언했다. 양국이 대북 현안에 대한 미묘한 차이를 극복하고 함께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와 갓 출범한 버락 오바마 정부가 조기에 의기투합함으로써 미래지향적인 동맹을 추구하는 양국 간 협력이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클린턴 장관이 일본 한국 중국 순방길에 대북 정책의 가닥을 분명하게 잡아 6자회담 참가국 사이의 다자(多者) 공조도 활력을 얻게 됐다.

북한은 한미 양국의 메시지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북이 노리는 통미봉남(通美封南)과 한미 이간 술책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는 게 더욱 분명해졌다. 핵 포기 약속을 했으면서도 ‘핵보유국 운운’하며 빠져나가려는 속임수도 통하지 않을 것이다. 한미는 장거리 미사일 발사 움직임에 대해서도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1718호 위반이라고 분명히 경고했다.

한미 양국은 그러면서도 여전히 북한에 기회를 주고 있다. 클린턴 장관은 앞서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 포기 준비를 전제로 북-미 관계 정상화 용의를 표명했다. 그가 서울에서 스티븐 보즈워스를 대북특사로 임명했다고 발표한 것도 대화용 제스처다. 우리 통일부도 어제 북한과 “언제, 어디서든, 어떤 의제든, 어떤 방식이든 만나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북-미 관계 정상화와 대화의 가능성을 살리느냐 죽이느냐는 북한 하기에 달려 있다. 북한은 현실을 직시하고 도발 카드부터 접어야 한다. 클린턴 장관은 금기(禁忌)로 여겨졌던 북한 지도체제의 불안정성을 언급해 ‘포스트 김정일 시대’에 대비한 논의를 시작하겠다는 의지까지 보였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한미 공조에 맞서 어깃장을 놓을 경우 북한 체제가 직면하게 될 재앙과 충격을 헤아리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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