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3월 위기설’ 가능성 낮아도 시장대응 실수 없어야

  • 입력 2009년 2월 21일 03시 21분


어제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506원에 거래를 마쳐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원-엔 환율도 100엔당 1600원에 육박해 1991년 집계 이래 최고치를 보였다. 환율 급등(원화가치 급락)은 국내 상품의 가격경쟁력을 높여 수출에 도움이 되지만 수입 물가를 자극하고 국내 증시에 투자된 외국인 자금의 이탈을 부추겨 주가 하락과 환율 추가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외환시장에 대내외 불안요인이 적지 않다. 국제적으로 미국 정부의 구제금융안이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해 글로벌 증시가 약세인 데다 동유럽 국가의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국제금융시장이 다시 얼어붙었다. 국내적으로는 1월 무역수지 적자, 외국인의 주식 순매도 및 대북관계 악화가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일본 은행들이 3월 말 결산을 앞두고 한국에 빌려준 돈을 찾아갈 경우 외화자금난이 빚어질 것이라는 ‘3월 위기설’도 말끔히 해소되지 않았다. 정부 당국이 “자금 사정이 괜찮은 일본 대형은행들이 일시에 돈을 회수할 가능성은 거의 없으며 설사 빼간다고 해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규모”라고 해명하고 있으나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달러를 풀어 적극적으로 시장개입을 하기엔 벅찬 실정이다. 작년 11월엔 원화가 유난히 약세였지만 이번엔 세계적으로 달러화가 강세여서 정부 개입에 한계가 있다. 300억 달러 규모의 한미 통화스와프에서 이미 163억 달러를 꺼내 써 추가 인출도 부담스럽다. 외환보유액(2017억 달러)을 풀어 환율방어에 쓰기에는 앞날이 불투명하다. 작년 무리한 시장개입으로 외환보유액만 축내고 환율방어는 실패한 쓰라린 악몽이 아직도 생생하다.

정부는 ‘시장 예의주시’와 ‘스무드 오퍼레이션(smooth operation·미세조정)’을 강조하지만 시장 불안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윤증현 경제팀에 밀어닥친 첫 과제는 시장 안정을 위한 추가적인 국제협력을 얻어내고, 금융기관의 외화유동성 상황에 미시적으로 대응해 시장이 요동치지 않도록 대처하는 것이다. 작년 하반기 환율이 치솟을 때 내놓은 ‘외환시장을 키우겠다’는 방안도 힘써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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