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노인 틀니, 최우선으로 건강보험 적용해야

  • 입력 2009년 2월 12일 02시 55분


서울에서 노인들이 많이 모이는 종묘에서 그제 이색적이면서도 절실한 행사가 열렸다. ‘노인 틀니 건강보험 적용을 위한 공동대책회의’ 소속 노인 300여 명이 틀니에 건강보험을 적용해줄 것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인 것이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44%가 치아 통증으로 식사 때마다 고통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노인 인구의 절반에 이르는 230만∼240만 명이 틀니를 필요로 한다는 얘기다.

치아가 빠져 음식을 제대로 못 씹는 고통은 나이 드는 설움 중에서도 가장 큰 설움이다. 틀니 끼우기라는 간편한 해결책이 있지만 푼돈도 귀한 노인들에게는 큰 부담이 된다. 자식들에게 손을 벌릴 수 없어 고통을 참고 지내는 노인이 많다. 시민단체인 건강연대가 지난해 10월 말 국민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가장 많은 응답자(33.7%)가 건강보험을 가장 우선적으로 적용해야 할 항목으로 틀니를 꼽았다. 앞서 보건복지가족부가 제시한 보장성 강화 1순위인 ‘암 등 중증질환에 대한 본인 부담 경감’은 그보다 훨씬 낮은 11.6%였다. 치과질환에 대한 보장성 요구가 그만큼 크다.

치아는 노인 건강의 핵심이다. 치아가 부실하면 식사를 할 수 없어 영양공급이 안 되고 영양결핍은 다시 노인질환을 악화시킨다. 나쁜 치아 상태를 방치하면 나중에 의료비가 두 배, 세 배로 드는 것이다. 그래서 유럽 대다수 국가와 일본은 틀니에 건강보험을 적용해 기초건강권을 보호하고 있다. 우리도 대책을 세워야 한다. 세계에서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가 손놓고 있어선 안 될 일이다.

노인 틀니 건보 적용에 필요한 1조4000억 원 이상의 예산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경기침체로 올해 건강보험료도 동결됐지만 정책의 우선순위를 조정해 풀 수밖에 없다. 일자리 만들기 효과가 큰 사업에 집중적으로 정부 예산을 배정하고 있듯이 건보 분야에서도 그렇게 할 필요가 있다. 병원의 진료비 부당청구를 단속하고 약제비 인하를 통해 진료비 거품을 걷어내면 상당한 예산 확보가 가능하다. 아무리 경제가 어려워도 노인들이 식사는 제대로 할 수 있게 해주어야 선진 복지국가가 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