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아가 빠져 음식을 제대로 못 씹는 고통은 나이 드는 설움 중에서도 가장 큰 설움이다. 틀니 끼우기라는 간편한 해결책이 있지만 푼돈도 귀한 노인들에게는 큰 부담이 된다. 자식들에게 손을 벌릴 수 없어 고통을 참고 지내는 노인이 많다. 시민단체인 건강연대가 지난해 10월 말 국민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가장 많은 응답자(33.7%)가 건강보험을 가장 우선적으로 적용해야 할 항목으로 틀니를 꼽았다. 앞서 보건복지가족부가 제시한 보장성 강화 1순위인 ‘암 등 중증질환에 대한 본인 부담 경감’은 그보다 훨씬 낮은 11.6%였다. 치과질환에 대한 보장성 요구가 그만큼 크다.
치아는 노인 건강의 핵심이다. 치아가 부실하면 식사를 할 수 없어 영양공급이 안 되고 영양결핍은 다시 노인질환을 악화시킨다. 나쁜 치아 상태를 방치하면 나중에 의료비가 두 배, 세 배로 드는 것이다. 그래서 유럽 대다수 국가와 일본은 틀니에 건강보험을 적용해 기초건강권을 보호하고 있다. 우리도 대책을 세워야 한다. 세계에서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가 손놓고 있어선 안 될 일이다.
노인 틀니 건보 적용에 필요한 1조4000억 원 이상의 예산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경기침체로 올해 건강보험료도 동결됐지만 정책의 우선순위를 조정해 풀 수밖에 없다. 일자리 만들기 효과가 큰 사업에 집중적으로 정부 예산을 배정하고 있듯이 건보 분야에서도 그렇게 할 필요가 있다. 병원의 진료비 부당청구를 단속하고 약제비 인하를 통해 진료비 거품을 걷어내면 상당한 예산 확보가 가능하다. 아무리 경제가 어려워도 노인들이 식사는 제대로 할 수 있게 해주어야 선진 복지국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