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규제 완화도, 공기업 개혁도 말로만 하나

  • 입력 2009년 1월 30일 03시 01분


정부는 어제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에서 2010년까지 일몰제(日沒制)를 모든 규제에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신설 규제나 입법 규제는 물론 기존 규제와 미등록 규제, 행정규칙에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동적으로 규제의 효력이 소멸되는 규제일몰제를 적용하도록 한 것이다. 규제의 타당성을 따지는 재검토형 일몰제도 도입된다.

정부가 규제 혁파의 의지를 거듭 분명히 한 것은 바람직하나 얼마나 실행에 옮길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핵심 당국자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규제 완화는 이른바 ‘MB노믹스’의 핵심 과제”라면서 “대통령의 의지가 강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진척 상황을 보면 그동안 뭘 했는지 모를 정도로 성과가 미미하다.

규제일몰제가 없어서 규제 완화가 지지부진했던 것은 아니다. 과거 정부 때도 규제일몰제는 단골 메뉴였다. 그런데도 제대로 안 된 것은 말뿐이거나 시기를 놓쳤기 때문이다. 규제 완화는 제때 확실하게 하지 않으면 부작용이 더 크다. 부동산 규제가 대표적인 예다.

이 정부만 해도 작년 12월 이후 분양가상한제 폐지를 놓고 오락가락하는 바람에 건설업체들은 분양 계획도 세우지 못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2월 임시국회에서 분양가상한제 폐지와 미분양주택 양도소득세 면제 등 부동산 규제 완화 관련 법안을 개정하겠다고 밝혔지만 국민은 ‘그때 가봐야 알지’라며 냉소적 반응이다.

공기업 개혁은 더 한심하다. 기획재정부는 작년 8월부터 다섯 번이나 공공기관 선진화방안을 내놓았지만 구체적으로 실행된 것은 찾아보기 어렵다. 한국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의 민영화는 경제위기 여파로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전망도 나온다. ‘공기업 개혁 1호’로 내세웠던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의 통폐합도 지지부진하다. 관련 법이 국회를 통과해야 하고, 본사 이전 예정지역을 놓고 노조를 설득해야 하므로 기약이 없어 보인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말 재정부와 공공기관장들에게 “2009년에 공기업 개혁을 완수해야 한다”면서 “자신 없으면 물러나라”고까지 했지만 현장에선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다. 규제 완화와 공기업 개혁에 관한 한 정부의 대오각성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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