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일 經協, 우리 실력 못 키우면 한계 있다

  • 입력 2009년 1월 13일 02시 55분


어제 한일 정상회담을 마친 뒤 이명박 대통령은 양국 관계에 대해 ‘가깝고 가까운 나라’임을 강조했고, 아소 다로 총리는 ‘성숙한 파트너십 강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두 정상은 한국의 부품소재전용공단에 대한 일본기업의 진출 지원과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재개를 위한 실무협의 계속에 대해서도 합의했다. 껄끄러운 역사문제는 거론하지 않고 실사구시적인 자세를 보였다. 하지만 역대 회담에서도 항상 좋은 말과 장밋빛 약속이 무성했기에 실천 여부와 그 결과를 보지 않고 뭐라 평가하기는 이르다.

양국 간 최대 현안인 대일(對日) 무역적자에 대한 처방이 특히 그렇다. 한일 정상은 만날 때마다 해결을 다짐했지만 무역적자는 갈수록 늘어나 지난해 사상 최대인 330억 달러 안팎을 기록했다. 이 대통령도 작년 4월 후쿠다 야스오 당시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를 집중 거론했으나 나아진 게 없다.

한일 무역 불균형은 기본적으로 부품 및 소재의 대일 의존 구조가 심각한 우리 경제 체질에서 비롯된다. 지금까지 거의 모든 정권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한국이 일본에서 수입해야 할 상품과 기술은 많은 반면, 일본에 수출할 수 있는 것은 적어 적자의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일본 요인보다 우리의 책임이 큰 것이다.

우리의 실력을 키워야 한다. 제품의 경쟁력을 높이고 대일 무역적자의 핵심인 부품 및 소재산업을 일본 수준으로 키우지 않으면 해결은 요원하다. 마침 엔화 강세로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으니 정부와 경제계는 한마음으로 이 기회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아소 총리는 이번에 19명의 일본 재계 총수들과 함께 방한했다. 일본의 관심도 경제위기 극복에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들과의 짧은 논의나마 자극을 받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한일 정상은 ‘성숙한 미래지향적 동반자관계’ 구축을 외치고 있다. 우리가 경제적으로 당당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면서 동반자관계를 기대하는 것은 망상이다. 정상 간 셔틀외교라는 형식에 만족하기보다는 탄탄한 실력 배양이 우리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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