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장승우]여수 엑스포는 국가도약 기회

  • 입력 2009년 1월 10일 03시 04분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 동북쪽에 위치한 엑스포지구는 파도와 잔물결이 땅으로 오른 듯한 오리엔트 역, 물 위에 떠 있는 듯이 보이는 아쿠아리움 건물 등 독특한 현대건축물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리스본에서도 미래의 모습을 물씬 풍기는 엑스포지구는 매일 2만5000여 명의 관광객이 찾는다. 이곳은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도살장과 쓰레기 적치장 등 혐오시설이 밀집한 빈민가였다. 포르투갈 정부와 리스본 시는 1998년 열린 세계박람회를 계기로 도시개발계획을 추진했고 2010년을 바라보며 유럽 최고의 미래형 도시를 완성하고 있다.

세계박람회의 효시는 1851년 영국 런던에서 열린 수정궁 박람회로 대영제국의 위엄과 권위를 세계만방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박람회를 개최하는 국가는 최근 인류 공동의 관심 사안을 모색하는 주제를 내놓으면서 개최도시 마케팅과 지역개발이라는 실용적 차원으로 활용한다. 박람회를 계기로 국제적인 관광도시로 변모한 스페인 세비야가 대표적이다.

과학기술 발전과 지역개발 등 다각적인 효과를 기대하는 세계박람회는 철저하게 선진국 중심의 행사다. 국제박람회기구(BIE)는 유럽 등 선진국 중심으로 구성됐다. 선수의 투혼이나 기록 경신으로 눈길을 끄는 올림픽이나 월드컵과 달리 최첨단 과학기술,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시설물로 관람객을 유치해야 한다. 유럽 북미 일본을 제외한 국가에서 박람회를 개최하기는 1993년 대전에 이어 2010년 중국 상하이, 그리고 2012년 여수뿐이다. 선진국에서도 수도나 대도시에서 주로 열린 세계박람회를 인구 30만 명이 채 안 되는 지방 소도시에서 개최하기는 여수가 유일하다.

2012년 개최할 여수세계박람회는 외국인 55만 명을 포함해 800만 명이 찾을 것으로 예상되며 12조3000여억 원의 생산유발효과와 7만9000여 명의 고용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기대된다. 또 선진국이 세계박람회 개최를 통해 이룬 성과를 2012년 여수에서 실현함으로써 선진화로의 길을 단축할 수 있다.

무엇보다 세계박람회를 계기로 남해안 일대에 인프라를 확충하고 신 해양산업기지를 구축함으로써 전남 동부권과 경남 서부권 등 영호남을 아우르는 광역경제권을 형성할 계획이다. 여수 신항만에서 열리는 여수세계박람회는 이처럼 도시재개발을 넘어 지역화합과 균형발전의 계기가 된다. 1988 서울올림픽과 1993 대전엑스포, 2002 월드컵에 이어 네 번째 국가적 도약의 기회인 셈이다.

이러한 기대는 철저한 준비를 통해 여수세계박람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할 경우에 실현된다. 2012 여수세계박람회 조직위원회는 지난해 말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BIE 144차 총회에서 박람회기본계획을 승인받았다. 다른 나라에 비해 1년 일찍 이뤄진 것으로 조직위뿐만 아니라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유기적인 협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2012 여수세계박람회는 이제 출발신호를 받았다.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침체 속에 인지도나 지리적으로 불리한 여수가 100여 개 참가국을 유치하고 세계에서 돋보이는 박람회를 개최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다행히 정부는 박람회 기본계획을 최근 확정하면서 선투자를 포함해 재정지원 규모를 유치 당시보다 2.5배 확대하고 3시간 만에 남해안 지역에 접근하도록 사회간접자본(SOC) 확충계획을 마련했다.

이제 조직위원회는 기본계획을 바탕으로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참가국을 유치하고 세계적인 전문가의 참여를 이끌어내 역사에 남을 박람회장을 조성할 계획이다. 여수시민과 전남도민도 자신감과 책임감을 갖고 세계박람회를 계기로 여수와 남해안 일대를 세계적인 명소로 만들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많은 국민의 관심과 지원을 바란다.

장승우 2012 세계박람회 조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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