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방기열]저유가때 비축유 - 해외유전 늘려야

  • 입력 2009년 1월 5일 02시 57분


국제 원유가격이 배럴당 40달러 수준에 머물고 있다. 세계적인 대표 원유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7월 중순 145달러까지 치솟았으나 지금은 40달러대로 하락했다. 유가가 정점에 이르렀던 7월에는 소비자물가가 6% 가까이 오르는 등 유가 상승이 한국 경제에 큰 부담을 주었으나 이제는 유가 하락이 물가 안정과 경상수지 개선에 기여하고 있다.

우리는 이와 같이 갑작스럽게 도래한 저유가 시기를 에너지 공급구조 강화를 위한 장기대책 마련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특히 전략적 목적의 석유비축유 확충과 해외 자원개발 확대는 시급하게 추진할 과제로 볼 수 있다.

정부는 에너지 위기에 대비해 그동안 세 차례에 걸친 석유비축계획을 수립해서 비축시설을 건설하고 비축유를 확보했다. 석유비축시설 건설은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되어 3차 비축계획이 끝나는 2009년의 시설용량은 예정대로 약 1억5000만 배럴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그동안의 고유가와 예산 부족으로 비축된 원유는 8000만 배럴 정도에 불과하다. 비축 가능한 시설과 실제 비축량의 비율을 나타내는 충유율이 60%를 넘지 못한다. 계획상의 비축량 목표인 1억4000만 배럴과도 현격한 격차를 보인다.

정부는 또 다른 에너지 공급안정화 대책의 하나로 해외 자원개발의 확대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2007년 8월 확정한 ‘3차 해외자원개발 기본계획’에서는 석유가스의 자주개발 목표를 2013년 20%, 2016년 28%로 정했다. 지난해 자주개발률은 4.2%에 불과하므로 목표를 달성하려면 지금의 유가하락 시기가 적기일 수 있다.

최근 들어 중소 규모의 석유개발회사가 유망한 프로젝트를 보유하고도 유동성 악화로 인해 인수합병 대상으로 부각됐다. 또 유가 하락으로 유전개발 관련 회사의 주가는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추세이다. 국내 자원개발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인수합병 추진은 국내 자금조달 여력과 환율문제를 고려해야 하겠지만 기회를 선점한다는 차원에서 지금부터 대상 선정과 사전 협상 등 본격적인 준비 작업에 착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중국과 일본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와중에서도 석유시장의 여건 변화를 이용해 적극적으로 에너지공급 강화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국제유가 하락에 따라 석유 비축물량을 대폭 늘렸다. 홍콩 원후이(文匯)보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11월 730만 배럴의 원유를 구입하여 칭다오(靑島) 비축기지에 저장했다. 또 이달까지 비축기지 4곳에 모두 1억 배럴의 원유를 저장할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중국은 2조 달러에 이르는 막대한 외환보유액을 바탕으로 국영석유회사를 통한 해외 석유기업 및 자산 인수에도 적극적이다. 일본 석유회사 역시 정부와 국책 금융기관의 지원으로 해외 석유자산 확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동북아 지역에서는 미국 이외에 일본 중국 한국으로 이어지는 세계 2, 3, 4위의 석유수입국이 자원 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주변국과의 경쟁에서 뒤지지 않고 저유가라는 호기를 효과적으로 활용함으로써 미래의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는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에너지 공급대책을 포함한 중장기적인 에너지 정책은 유가 등락과는 관계없이 꾸준히 추진해야 할 국가적 과제이다.

방기열 에너지경제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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