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民生 깔고 앉은 金배지들, 차라리 국회 떠나라

  • 입력 2008년 12월 25일 02시 58분


해머와 전기톱, 소화기까지 동원된 난장판 이후 국회가 일주일째 올 스톱 상태다. 민주당은 한나라당 단독의 쟁점 법안 심의를 막기 위해 정무위 행정안전위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등 3개 상임위 회의장을 원천 봉쇄하고 있다. 다른 상임위도 회의가 열릴 만하면 민주당 의원들이 쏜살같이 달려가 위원장석을 점거해버린다. 김형오 국회의장이 법안을 본회의에 직권상정하지 못하게 압박하려고 의장실까지 점거한 상태다.

한나라당은 오늘까지 대화의 문을 열어놓고 기다리되 안 되면 이후 단독으로라도 경제 살리기, 민생, 사회개혁에 필요한 100여 건의 법안을 처리할 계획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응할 기색이 아니다. 민주당은 어제 국회의장의 직권중재마저 거부했다. 정세균 대표는 “한나라당이 쟁점 법안을 강행 처리한다면 의원직 총사퇴를 포함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관련 법안들을 제때 통과시켜도 국민의 시름을 덜어줄까 말까 한데 식물국회를 만들어 놓고도 부족해 ‘의원직 사퇴 협박’까지 하고 있다.

국회가 굴러가지 않으니 경제위기 대책을 마련하고 민생을 챙겨야 할 장차관과 공무원들까지 허송세월하고 있다. 이창용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17, 18, 19, 22, 23일 닷새간 국회에 나와 정무위 법안소위 소집을 몇 시간씩 기다리다가 밤늦게 돌아갔다. 18대 국회 들어 접수된 2622건의 법안 중 고작 11%인 293건밖에 처리하지 못한 것도 무리가 아니다. 기업이 이 정도로 생산성이 저조했다가는 문을 닫아도 벌써 닫았을 것이다.

16개 상임위 가운데 지식경제위만 정상 운영되고 있다. 22일에도 25명의 여야 위원 중 19명이 참석해 전체회의를 열었다. 쟁점 법안을 다루는 곳이 아니기도 하지만 민주당 소속 정장선 위원장의 소신이 빛났다. 그는 “국회가 법안을 심의하고, 여야가 대화하는 건 당연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런 양식 있는 의원이 민주당에는 또 없는가.

국회에서의 여야 대화는 어떤 경우에도 중단돼선 안 되건만 대화는 실종됐고, 법안 심의는 내팽개쳐졌다. 초등학교 교실에서도 지켜지는 민주주의의 다수결 원칙은 소수의 극한투쟁 앞에서 무력하기만 하다. 이런 국회라면 없는 게 낫겠다는 민성(民聲)이 커진다. 금배지 달고 민생 깔고 앉은 의원들, 차라리 국회를 떠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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