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부 ‘예산 오남용’ 개혁에 速度 내야

  • 입력 2008년 12월 23일 03시 07분


감사원 감사 결과 2007년 교육인적자원부(현 교육과학기술부)의 특별교부금 9446억 원 가운데 무려 87%(8229억 원)가 엉뚱한 곳에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장차관을 포함한 교육부 간부들이 2004년부터 올 5월까지 학교 방문 격려금으로 쓴 돈이 13억 원이나 된다. 한 간부는 “격려금을 사용할 수 있는 간부의 범위를 장차관에서 실·국장(7명)으로 확대하자”고 제안한 뒤 모교를 방문해 특별교부금을 전달했다. 국민 세금을 엄격한 기준도 없이 자신의 출세를 과시하고 학연(學緣)을 돈독히 하는 데 쓴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선 출마를 준비 중이던 작년 2월 “한쪽 눈을 감고도 정부 예산 20조 원을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으로 재직할 때 기업경영 경험을 시정(市政)에 접목해 예산을 절감함으로써 시 재정적자를 3조 원가량 줄이는 성적을 냈다. 대규모 예산이 필요했던 청계천 복원, 교통체계 개편, 뉴타운 건설, 서울숲과 서울광장 조성을 하고도 많은 빚을 갚았다. 그래서 ‘정부 예산 20조 절감론’에 기대를 건 국민이 적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어제 정부 부처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서둘러 예산을 집행하는 데 따른 낭비나 비효율성을 매우 염려하고 있다”고 했다. 국민 혈세를 쌈짓돈처럼 쓰는 곳이 과연 교과부뿐이겠는가. 예산 집행 내용을 샅샅이 점검하고 오남용(誤濫用)을 차단하는 시스템이 정부 안에서 제대로 작동되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이 대통령이 발휘해야 할 리더십의 하나다.

내년엔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예산의 70%를 상반기에 집행한다. 예산 집행의 속도를 내기 위해 공무원들에겐 ‘감사 면책’ 특권까지 부여한다. 그러나 예산이 ‘빨리 엉뚱한 곳으로’ 샌다면 국민은 이중으로 당하는 꼴이 된다. 저소득층 복지 예산, 실업대책 예산 등에서부터 각종 대규모 보조금에 이르기까지 전달체계 고장, 관리 소홀, 나아가 사실상의 ‘예산 비리’ 등이 방치된다면 재정 효율은 죽고 ‘눈먼 돈 놀음’만 판칠 우려가 높다.

예산 집행의 속도만큼, 오히려 그 이상으로 오남용 방지를 위한 개혁의 속도가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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