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연예계 스타 뺨치는 구한말 기생들

  • 입력 2008년 12월 20일 02시 59분


◇여러분이시여 기쁜 소식이 왔습니다/김은신 지음/368쪽·1만3000원·김영사

1918년 경성에서 앨범식으로 제작된 이색적인 책 한 권이 출간됐다. 그 이름은 ‘조선미인보감’. 경성의 네 군데 권번(券番·기생조합의 일본식 표기)에 소속된 기생 487명과 지방의 12개 기생조합에 소속된 기생 118명의 사진과 이력, 특기가 기록돼 있었다. 당시 경성에서 인기 있는 기생들은 오늘날 연예계 스타 못지않았다.

이 책은 구한말부터 광복 전까지 50여 년간 근대 경성의 연예사를 다룬다. 소설가이자 저술가인 저자가 등장시키는 인물은 대부분 기생 아니면 광대다.

1902년 조선 최초의 국립극장인 협률사가 등장한 뒤 1907년 사설극장인 광무대와 단성사가 들어서면서 근대 경성의 연예계가 성장하기 시작한다. 조선왕조의 몰락으로 관기제도가 폐지되면서 기생들은 기생조합에 소속돼 전문 예인으로 나섰다.

기생들의 인기가 절정이었던 시절은 1930년대 중반. 1936년 8월에 나온 월간 ‘삼천리’에는 당대 최고 인기 기생 얘기가 나온다.

“춘홍은 올해 나이 25세의 한창시절. …지금 서울 장안에서 어느 기생이 그중 많이 불리느냐 하면 첫째 한성권번의 이춘홍을 말하게 된다. 인물이 절색이요, 말 잘하고 노래 잘 부를 뿐 아니라 댄스까지 잘하는 이춘홍….”

또 다른 스타들도 등장했다. 가야금 명인 박팔괘의 신기에 가까운 병창은 장안의 명기들과 고관대작의 소실들이 앞 다투어 유혹할 정도였다고 한다. 소리꾼이자 재담꾼이었던 박춘재는 고종의 총애를 받았으며 여흥에 단골로 초대됐다.

명월관을 비롯해 당대 예인들이 활약했던 요릿집과 극장무대, 최고의 흥행사로 불렸던 박승필 등 연예계 주인공들의 이야기도 담았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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