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에서는 남한을 강도 높게 몰아붙이는 반면 미국이 참여하는 6자회담에 대해서는 창구를 열어놓는 ‘이중 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남북 교류는 닫고=북한이 24일 발표한 육로 통행 제한 및 차단 조치가 남북 민간 교류 전반으로 확산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강영식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사무총장은 25일 “원래 다음 달 지원사업을 위한 방북이 예정돼 있었는데 북한이 내년으로 넘기자고 연락해 왔다”면서 “개성공단에서의 긴장 유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라도 인도적 지원단체의 평양 방문을 당분간 차단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이외의 지역에서 진행되는 각종 투자협력사업과 임가공 및 교역(무역) 등 경제협력 사업도 위축이 불가피하다.
동명한 중소기업진흥공단 남북협력지원실장은 “북측에 실질적 이익이 되는 대규모 사업을 해 온 일부 기업만 근근이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당분간 남북 경협 사업에 신규 진출은 어렵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개성공단에 있던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경협사무소)가 폐쇄돼 신규 업체의 사업 협의 채널이 막혔고 평양 등의 사업장 방문도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는 것이다.
▽6자회담은 열고=7월 베이징(北京) 6자회담 후 표류하던 6자회담은 다음 달 8일 약 5개월 만에 재개될 예정이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23일(미국 시간) 일정을 먼저 발표할 정도로 이번 회담은 미국 측이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어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이렇다 할 언급을 내놓지 않는 것은 미국 대선 후 북-미 관계 개선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근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은 버락 오바마의 대통령 당선에 맞춰 뉴욕을 방문했고, 오바마 당선인 캠프의 한반도팀장인 프랭크 자누지 미 상원 외교위원회 전문위원과 면담도 했다.
북한은 6자회담 자체를 거부하지 않음으로써 오바마 당선인과 그 참모진에게 ‘대화의 상대’로 인정해 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당선인은 북한과의 직접 대화를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한다는 방침이다. 또 6자회담의 유용성도 인정하고 있다.
외교가에서는 임기 말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를 상대로 북한이 최대한 얻을 것은 얻겠다는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