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학 4년 등록금의 두 배를 신입사원 교육에 써서야

  • 입력 2008년 11월 18일 02시 59분


기업들이 대졸 신입사원을 뽑아 실무에 투입할 때까지 소요되는 교육비용이 1인당 6088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조사 결과 밝혀졌다. 사립대에 다니는 학생이 4년 동안 내는 등록금 액수의 두 배에 해당한다. 교육 기간만 평균 19.5개월이라고 한다. 경총이 2005년 실시한 같은 조사 결과와 비교할 때 기업의 과도한 신입사원 교육비용 문제는 나아지지 않았다.

대학교육이 기업의 인력 수요에 부응하지 못하는 현상을 ‘인력의 질적 불일치’라고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대학 쪽에서 실무 능력을 갖춘 인재를 기업 쪽에 넘겨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토익 점수가 높아 뽑았더니 영어회화를 한마디도 못하더라는 푸념이 인사담당자들로부터 자주 나온다. 토익 점수를 올리는 공부만 했지, 정작 기업 활동에 필요한 실전 회화공부는 부족했기 때문이다.

업무 서류를 작성할 때 문장력이 떨어져 글쓰기부터 다시 가르쳐야 하는 신입사원도 적지 않다. 대학이 기초교육을 소홀히 한 채 대충 사회로 내보낸 탓이다. 전공 분야에서도 즉시 산업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신입사원은 찾아보기 어렵다. 대학과 기업의 성격 차를 감안해도 너무 심한 괴리다. 그동안 대학들이 ‘맞춤형 인재’를 키운다고 홍보만 요란했지 성과는 없었다는 얘기밖에 안 된다.

이런 ‘부실 신입사원’ 양산은 기업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세계 대학 경쟁력 최하위권인 한국 대학의 후진적 면모를 다시 확인하게 된다. 기업 쪽에서 대학에 강력한 주문을 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교육과정에 대해서도 지혜와 조언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 기업도 대학도 윈윈할 수 있다. 정부도 대학을 평가할 때 기업의 의견이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대학은 튼튼한 기초교육과 함께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실전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교수들부터 자신의 전공 위주로만 가르치는 폐쇄적인 시스템에서 벗어나 산업 현장이 요구하는 다양한 실무교육을 늘려가야 한다. 취업난 시대, 저(低)출산 시대를 맞아 대학이 실무교육의 경쟁력을 높이지 않으면 대학과 졸업생 모두 살아남기 어렵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