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상겸]‘휴대전화 감청’ 공익과 인권 사이

  • 입력 2008년 11월 11일 02시 58분


통신비밀보호법의 개정문제를 놓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반대하는 측은 개인정보를 침해할 소지가 많아 위헌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옹호하는 측은 정보사회의 시대변화에 따라 나날이 증가하는 지능형 범죄와 강력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하며 공권력의 남용과 같은 인권침해적 요소를 차단했으므로 문제가 없다고 한다.

통신비밀보호법은 헌법 제18조의 통신의 비밀을 구체적으로 보장하기 위하여 제정된 법률이다. 헌법이 보장하는 통신의 비밀은 개인 간의 정보통신수단을 이용한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사적 영역에서 자유로운 의사소통의 보장은 의사 형성이나 여론 형성을 위해 중요하다. 이를 통해 표현의 자유 보장이 더욱 강화된다고 할 수 있다. 사적 대화를 보장함으로써 개인의 사적 공간이 보호되고 인간의 인격 형성에 기여한다. 그래서 통신의 비밀보장은 민주적 법치국가에 있어서 중요한 기본권이다.

그렇지만 통신의 자유를 무조건 보호할 수는 없다. 타인과 더불어 공존하는 국가공동체 내에서는 어떤 권리도 상대화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통신비밀보호법은 특정한 경우 감청을 허용한다. 이번 개정안에는 합법적인 절차를 통해 감청허가를 받아도 통신업체의 협조설비가 없어서 감청할 수 없는 휴대전화 감청과 관련해 통신업체가 감청에 필요한 협조설비를 구비토록 하는 규정이 삽입됐다.

정보통신의 발달로 이제 휴대전화는 유선전화를 대체하는 주요 통신수단으로 자리 잡았으므로 유선통신의 감청만으로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현실이 변화함에 따라 당연히 법 규정도 변할 수밖에 없다. 날로 지능화하고 흉포화하는 범죄, 테러 범죄나 산업스파이 범죄에는 신속히 대응해야 한다. 국익과 공익을 위하여 감청을 허용하는 한 정보통신의 첨단기기도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

목적이 정당해도 자신의 통화를 제3자가 듣는다는 것은 소름 끼치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통신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정당한 범위 내에서 최소한 제한된 원칙을 지켜야 한다. 감청의 목적이 분명해야 하고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야만 한다. 그래서 개정안에는 감청허가에 대한 영장주의를 강화하고 감청협조시설의 설치·관리기관과 이용기관을 분리하여 자의적 공권력의 행사를 방지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고 국가의 안전과 사회의 평화를 지키기 위하여 어쩔 수 없이 수용해야 하는 제도라면 오·남용을 방지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편이 훨씬 건설적이고 효율적이다. 선진국의 감청제도와 비교할 때 우리의 개정안이 통신의 비밀을 과도하게 제한한다고는 볼 수 없다.

김상겸 동국대 교수·헌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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