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투데이]‘공격적 금리인하’ 기다리는 부동산 - 증시

  • 입력 2008년 11월 6일 02시 58분


몇 년 전 영동고속도로에서 자동차를 몰다가 이상한 광경을 봤다. 검은 물체가 풀쩍풀쩍 뛰고 있는 것이다. 급히 차를 세우고 보니 자동차에 치여 걸레처럼 너덜너덜해진 고양이가 펄떡이고 있었다. 아마도 고속도로를 건너던 산고양이가 자동차 바퀴에 여러 차례 깔린 듯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완전히 죽은 고양이가 1m 이상의 높이로 펄쩍펄쩍 뛰고 있는 게 아닌가. 말로만 듣던 ‘데드캣 바운스(Dead cat bounce)’였다.

주식시장이 약세장에서 풀쩍 뛰어오르다 다시 죽어버리는 현상(반짝 장세)을 데드캣 바운스라 부른다.

한미 통화스와프 협정 체결 이후 국내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고 주식시장이 반등을 보이고 있다. 급등했던 환율과 국가부도 위험(CDS프리미엄)이 급속히 떨어졌다. 금리도 내리기 시작했으니 반등 랠리가 본격적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금리 인하는 주식시장의 상승 시그널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금리 인하와 주가 하락은 동행하게 된다. 이런 패러독스(모순)는 왜 생기는 것일까. 그 이유는 중앙은행이 항상 사후적으로 행동하기 때문이다. 상황이 악화되는(주가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뒤따라가며 찔끔찔끔 금리를 내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눈치 빠른 투자자는 금리 인하를 오히려 주가 하락의 시그널로 받아들인다.

중앙은행이 사전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이유는 ‘예측’을 못하기 때문이다. 중앙은행이 금리 결정에 사용하는 경제지표는 언제나 과거지표이다. 결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충분히 인하하여 더는 인하할 필요가 없어질 때가 주식시장의 반등 시그널이다.

지금 3억여 명의 미국 시민이 이자 때문에 파산위기에 처해 있다. 당장 전 세계 우량 기업의 신용경색 문제가 해결되어서 흑자도산의 위기를 넘기더라도 개인이 파산하고 소비가 죽으면 조만간 기업도 모두 죽는다. 따라서 이자 때문에 파산 위기에 처한 시민을 시급히 살려야 하는 것이다.

정책금리를 인하해도 시장금리가 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은 미국이나 한국이나 마찬가지 문제점이다. 중간에 은행이 있기 때문이다. 사태의 심각성을 미국 정부도 늦게나마 깨닫고 ‘주택시장 구제법안’을 준비 중이다. 또 대출금리를 인하하도록 은행들을 압박하고 있다. 미국은 지금 기능이 마비된 모기지 시장의 회생을 위하여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5000만여 명의 한국 국민도 미국 국민보다 별로 나은 상황이 아니다. 한국은행이 이번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좀 더 공격적으로 금리를 내리면 주택시장과 주식시장엔 희망적이다.

거의 10년 주기로 찾아오는 버블 붕괴 때마다 앵무새처럼 반복되어 온 예언이 있다.

“이번 불황은 그 어느 때보다 깊고 길 것이며 회복하는 데는 최소한 15년은 걸릴 것이다.”

대공황 이후 지금까지 이 예언이 미국에서 한 번도 실현된 적이 없지만 만약 죽어가는 주택시장을 살리지 못한다면 어쩌면 대공황 이후 처음으로 예언이 맞아떨어질지도 모른다. 이번 랠리가 데드캣 바운스에 그칠지, 본격 반등랠리로 이어질지는 주택경기 방어에 달렸다.

박춘호 이토마토 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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