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의 역사가 그 자체로 한국 무용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제29회 서울무용제에서 동아일보 김재호 사장이 ‘아름다운마음상’을 수상한 것에 대해 김복희(60) 한국무용협회 이사장은 “무용을 소중하게 여겨온 동아일보에 감사를 드린다”고 밝혔다. 김 이사장은 “동아일보는 일제강점기 최승희의 공연을 소개한 것을 비롯해 그간 규모가 작더라도 의미 있는 무용 공연을 충실하게 실었다”면서 “동아일보가 주최하는 동아무용콩쿠르도 신인들을 발굴하는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병역법 개정령 시행으로 올해 초 동아무용콩쿠르와 서울무용제 등 국내 무용콩쿠르의 병역 특례가 폐지돼 무용계가 거세게 반발했지만 아직 해결이 안 된 상태다. 김 이사장은 “병역 특례를 받을 수 있던 남성 무용수는 11명에 불과하다는 얘기도 있지만, 한창 때의 무용수들에게는 큰 기회였다”고 말했다.
11월 2일까지 계속되는 서울무용제는 무형문화재 정재만, 현대무용가 김기인 씨 등 무용 스타들을 배출해왔다. 김 이사장은 “저도 제1회 서울무용제 수상자로 주목받으면서 활동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한국무용가인 조용자 선생이 사촌언니였습니다. 어렸을 적부터 언니의 공연을 보면서 꿈을 키웠어요. ‘한국적인 현대무용을 만들겠다’는 신념은 그 경험에서 비롯된 겁니다.”
특히 그는 서정주의 ‘신부’, 박경리의 ‘김약국의 딸들’ 등 한국문학 텍스트를 바탕으로 현대무용을 안무하는 작업을 해왔다.
“무용의 대중화를 위한 방편으로 문학과의 접목이 효과적이라고 여겼어요. 이야기를 바탕으로 삼으니 우리 관객뿐 아니라 해외 관객의 이해와 호응도 컸습니다.”
환갑이 된 지금도 하루 두 시간씩, 일주일에 세 번 연습한다는 김 이사장은 “무용가는 몸이 악기라고 믿으며 몸을 항상 스스로 다스릴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국립발레단의 작품 ‘홍등’을 본 김 이사장은 “우리 무용작품이 그보다 결코 모자라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홍등’이 세계적 발레가 된 것은 중국정부의 정책이 뒷받침된 것으로, 중요한 것은 무용에 대한 국가적 인식과 지원”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