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日製 美製 골프채로 치면 공 더 잘 맞나

  • 입력 2008년 10월 15일 02시 57분


한국 골프채 시장은 연간 5000억 원 규모로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3대 시장으로 꼽히지만 국산용품 점유율은 10%에도 못 미친다. 골퍼들이 외제 유명 브랜드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한국 골퍼들이 많이 사는 일제(日製) 미제(美製) 골프채 중 90%가량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중국에서 만드는 제품이다. 외국산과 비교해 비(飛)거리나 정확도에서 결코 뒤지지 않는 국산 제품도 많다.

골퍼들이 국산을 애용해 국내 메이커끼리 치열하게 경쟁하다 보면 품질이 더 나아질 여지도 있다. 비싼 외화를 써서 수입하는 외제 골프용품 일부라도 국산으로 대체한다면 내수 진작과 달러 절약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국내 업체들도 소비자 탓만 하지 말고 브랜드 지명도와 신뢰도를 높이고 골퍼들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2006년 한 해에 64만5000명의 골프 관광객이 해외로 나가 지출한 금액이 1조1000억 원에 이른다. 해외 골프여행객이 연간 10만 명 줄어들면 1억9000만 달러의 서비스수지 개선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슈퍼프리미엄급’으로 불리는 17년산 이상 위스키는 한국이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시장이다. 작년에 발렌타인, 로열살루트 같은 슈퍼프리미엄급 위스키가 11만1500상자(한 상자는 9L)나 팔려 영국 스코틀랜드의 위스키 업체들은 한국 마케팅에 열을 올린다. 일본에서는 토착 브랜드인 산토리 위스키가 스코틀랜드 위스키를 누르고 시장점유율 1위를 내놓지 않고 있다. 골프채와 위스키의 소비대국(大國)이 일본처럼 토착 유명 브랜드 하나 갖고 있지 못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달러 아끼고 內需 진작해 위기 극복해야

골프채나 위스키뿐 아니라 수입명품 브랜드의 핸드백 구두 의류는 물가 불안이나 소비 위축과 관계없이 불티나게 팔린다.

미국발(發) 금융위기가 주요국들의 공조에 힘입어 가까스로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세계 금융시장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지뢰가 도처에 깔려 있는 형국이다. 금융위기가 부른 실물경제 위축이 본격화돼 우리의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자동차 전자제품 같은 주력 수출품의 판매가 눈에 띄게 줄고 있다. 내수 부진과 금융 불안 속에서도 그나마 우리 경제를 지탱하던 수출마저 내년에는 선진국 시장에서 악전고투를 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한국은행은 내수 침체에 수출 부진까지 겹쳐 올해 4분기(10∼12월)부터 내년 상반기까지의 성장률이 연 4%(전년 동기 대비)를 넘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 경제의 동시 불황이 닥쳐오는 상황에서 내수 기반을 탄탄히 구축하고 달러를 넉넉히 비축해 두는 것만이 경제 시스템을 지키고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확실한 해법이다.

금융 불안이 실물로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 내수를 촉진하자면 온 국민이 10년 전 국제통화기금(IMF) 금융위기 시절 금 모으기 하던 심정으로 돌아가야 한다. 자동차부터 골프채까지 국산으로 대체 가능한 품목은 될수록 국산을 사고 해외 골프도 자제해 소비를 국내로 돌리는 노력이 필요하다.

서비스 규제 확 풀어 국내시장 키우라

주위를 살펴보면 아까운 외화가 새나가는 구멍이 곳곳에 널려 있다. 지난해 서비스 수지 적자가 205억7000만 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것은 관광에서 101억 달러, 유학연수에서 49억6000만 달러의 적자를 낸 것이 결정적인 이유였다. 지난해 국내 환자들이 해외에서 지출한 의료비는 1237억 원으로 해외 환자 유치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572억 원)의 두 배가 넘었다. 조기유학이 줄을 잇는데도 우리는 아직도 국제중학교 설립이나 자립형사립고교 확대 같은 문제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인다. 우리 기업들이 자동차 휴대전화 반도체 조선 철강 수출로 아무리 달러를 많이 벌어들여도 관광 교육 의료 같은 서비스 산업에서 외화가 빠져 나가는 구조를 바로잡지 못하면 국제수지의 흑자 정착은 멀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교육 의료 같은 고급 서비스 산업의 규제를 풀어 선진국 수준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제도를 서둘러 정비해야 한다. 경제주체들은 각자의 소비 행위가 개인의 삶과 나라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해외보다는 국내에서 돈을 쓰고 수입품 대신 국산품을 사주는 노력이 쌓여 내수가 살아나면 기업의 실적이 좋아져 내가 산 주식과 펀드의 가격도 오를 수 있다. 세계적인 경제위기 속에서 우리 경제가 침몰하지 않으려면 소비자들의 애국심과 합리적인 소비행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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