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경제뉴스]파생상품이 뭔데 문제되고 있나요

  • 입력 2008년 10월 15일 02시 57분


미래의 금융위험 줄이기 위해 만든 2차 상품

주가 곤두박질 - ‘묻지마’ 투자로 큰 손실 초래

요즘 신문을 보면 ‘파생상품’이라는 단어가 많이 나옵니다.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로 파생상품의 손실 위험이 커졌다는 기사가 많은데, 파생상품은 무엇이고 지금 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인가요?

파생상품은 주식, 채권, 통화 등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대상을 기초자산으로 활용해 만든 ‘2차 상품’입니다.

파생상품의 가격과 파생상품에 투자해 얻을 수 있는 이득은 모두 이 기초자산의 움직임에 따라 결정됩니다. 대표적인 파생상품으로는 선물, 옵션, 스와프를 들 수 있습니다. 각각의 파생상품은 다양한 기초자산을 바탕으로 할 수 있기 때문에 주식선물, 농산물선물, 통화옵션, 통화스와프 등 여러 가지 파생상품이 가능합니다.

파생상품이 만들어진 이유는 미래에 예측하기 힘든 다양한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입니다.

파생상품 중 하나인 ‘선물’을 예로 들어봅시다. 보통 우리는 물건을 사고팔 때 그 자리에서 물건을 주고받습니다. 그러나 선물 거래는 ‘미래에 약속한 어느 날 현물을 주고받을 것을 조건으로 하는 거래’입니다. 기초자산을 현재 시점에서 정한 가격으로 미래에 주고받기로 약속하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6개월 후 500만 달러의 수출대금을 받기로 한 국내 수출업자 ‘김장사’ 씨가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만일 6개월 후 원-달러 환율이 하락(원화 가치 상승)한다면 이 기업은 수출대금을 원화로 환전한 금액이 줄어드는 위험에 놓이게 됩니다. 이를 막기 위해 이 수출업자는 달러를 지금 정한, 미래에도 변하지 않는 선물 환율로 미리 팔아놓는 것입니다.

‘옵션’은 기초자산을 특정 가격으로 사거나 팔 수 있는 권리입니다. 투자자가 3개월 후에 1달러를 1000원에 살 수 있는 옵션을 20원에 샀다고 가정해봅시다. 만약 3개월 후에 1달러가 1000원보다 높다면, 투자자는 옵션을 행사해서 달러를 매입한 뒤 시장에 팔고 그 차액만큼 이익을 볼 수 있습니다. 옵션은 권리이기 때문에, 1달러가 1000원 밑으로 떨어졌다면 옵션을 행사하지 않으면 그만입니다. 옵션을 산 20원만 손해를 보게 되는 것이지요.

‘스와프’는 단어 그대로 상대방끼리 서로 기초자산을 교환하는 것입니다. 곡물, 원유 같은 상품을 교환할 수도 있고 통화, 채권, 금리 등도 교환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이 세 종류는 가장 기초적인 형태의 파생상품입니다.

요즘 신문에는 키코(KIKO) 주가연계증권(ELS) 신용부도스와프(CDS) 등 어려운 용어가 많이 나옵니다. 모두 위에서 언급한 세 종류의 파생상품을 이용해 새로운 구조로 만든 파생상품입니다. 기업의 부도나 채무불이행 같은 ‘신용사건’과 연계된 신용파생상품도 있고 여러 파생상품을 결합한 복합파생상품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최근 파생상품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가장 큰 이유는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로 세계 증시와 환율 등 금융시장에서 투자자들이 예상하지 못한 사건이 많이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투자자는 주가가 일정한 범위 내에서 움직일 것으로 생각하고 특정 파생상품에 투자했는데, 주가의 움직임이 예상을 벗어나면서 투자자가 손실을 입게 되는 것입니다.

파생상품의 구조 자체가 너무 어려워 투자자들이 잘 모르고 투자해 손실을 키운 측면도 있습니다.

최근 국내의 한 은행에서 판매한 파생상품 펀드의 손실률이 커져서 투자자들이 해당 은행에 찾아가 항의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 펀드의 구조는 전문가들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할 정도로 복잡했습니다. 그래서 판매원들이 “이 펀드는 안전하다”고 말하고, 투자자들도 이를 믿고 거액을 맡긴 사태가 발생한 것이죠. 하지만 이 펀드는 요즘 문제가 된 미국 금융기관들의 주가 움직임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펀드였고, 최근 수익률이 매우 안 좋아진 것입니다.

파생상품의 손실이 커지면서 시장에서는 “파생상품은 위험하다”, 심지어 “파생상품에 투자해서는 안 된다” 등의 목소리도 간간이 들려옵니다.

그러나 파생상품은 금융시장에서 생기는 여러 가지 위험을 통제하기 위해 인간이 만든 발명품이기 때문에 파생상품 자체가 없어지기는 어렵습니다. 파생상품을 정확히 이해해 원래의 용도대로 잘 사용하느냐 못 사용하느냐는 결국 이를 발명한 인간에게 달려 있습니다.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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