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서영아]‘괴짜’ 키우는 일본, 입시에 목매는 한국

  • 입력 2008년 10월 10일 02시 58분


8일 시모무라 오사무(下村脩·80) 미국 보스턴대 명예교수의 노벨 화학상 수상이 확정되면서 일본인 노벨상 수상자는 16명으로 늘었다. 전날 일본인 3명이 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데 이은 낭보다. 물리 화학 등 기초과학 분야에서만 12명의 수상자가 나온 셈이다.

올해 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마스카와 도시히데(益川敏英·68), 고바야시 마코토(小林誠·64) 교수는 일본에서만 공부하고 연구한 토종학자다.

특히 마스카와 교수는 여권조차 만들어본 적이 없다는 국내파. 학창시절 문과 과목은 아예 포기 상태였고, 물리학에만 광적으로 빠져 있었다고 한다.

‘괴짜 천재형’이란 평을 듣는 마스카와 교수는 ‘성실 모범생형’인 고바야시 교수와의 ‘2인 3각’이 없었다면 오늘의 영광도 없었다고 회고한다. 그가 가설을 세우면 이를 꼼꼼히 검토한 고바야시 교수가 문제점을 지적하는 과정이 이어졌다. 수상 대상이 된 논문은 목욕탕에서 떠오른 아이디어가 단초가 됐고, 욕실을 나설 때는 이미 틀이 완성돼 있었다. 이를 정교하게 다듬고 영어 논문으로 완성한 이는 고바야시 교수였다.

평소 “나는 물리학만 잘하면 된다”며 영어 못하는 걸 자랑삼는 그는 노벨상 시상식에서 해야 할 영어 연설도 일본어로 하겠다고 우길 작정이라고 한다.

노벨 화학상을 받게 된 시모무라 교수는 수상 소식에 “지방대에 격려가 될 것”이라며 기뻐했다고 한다. 그는 나가사키(長岐) 의대부속 약학전문부를 졸업한 뒤 일자리를 얻지 못해 4년간 잡일을 하다가 나고야(名古屋)대로 ‘국내 유학’을 갔을 정도로 초창기에는 실적을 내지 못했다.

연구를 위해 십수 년간 85만 마리의 해파리를 채집했다는 그는, 자신의 연구 성과가 ‘우연한 발견’에 불과했다고 말한다. ‘생물에서 아름다운 빛이 나오는 이유는 뭘까’를 연구하다 보니 노벨상에 이르게 됐다는 것. 세상이 뭐라 하건,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일에 열심히 매달리다 보니 인류에 보탬이 되는 성과를 얻게 됐다는 얘기다.

이들의 사연을 부러운 마음으로 보다가, 문득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중학생들이 밤 12시를 넘어서까지 학원에서 지새운다는 요즘 한국의 현실이 떠올랐다. 이런 가운데서 미래의 노벨상 수상자가 길러질 수 있을까. 마침 9일 대전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 열린 국정감사장에서도 노벨상 수상자를 내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 의원들의 걱정 어린 질문이 쏟아졌다고 한다.

서영아 도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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