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군사정보 새는 곳에서 國力이 샌다

  • 입력 2008년 9월 30일 02시 58분


최첨단 해군 함정과 각종 미사일을 만드는 우리 방산업체들이 컴퓨터 해킹을 당해 정보를 잃은 흔적이 확인됐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산하 국가보안기술연구소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과 협력해 이지스함을 건조 중인 현대중공업, 각종 유도 미사일을 생산하는 LIG넥스원이 최근 해커의 공격을 받았다. 주요 무기의 설계도가 유출됐을 가능성도 있다. 그런데도 누가 어떤 정보를 빼내갔는지조차 알 수 없다고 한다. 보안관리시스템과 ‘사이버 안보’ 의식이 얼마나 허술한지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해커는 컴퓨터에 악성코드를 심어놓고 지속적으로 정보를 빼낸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소 측이 의심하는 대로 만약 중국과 북한 해커의 짓이라면 더욱 큰일이다. 1990년대 말부터 쏘아 올린 인공위성들의 통제권을 탈취당할 위험도 있다. 현대 전쟁은 컴퓨터와 정보통신 체계의 싸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사이버 정보전의 비중은 절대적이어서 비대칭 전력(戰力)의 하나로 꼽힌다.

북은 1986년 인민무력부 산하에 5년제 ‘김일군사대학’을 세워 정상급 해킹 전문가를 매년 100명씩 배출하고 우수 인력을 해킹부대 군관(장교)으로 배치했다. 북에는 이런 해킹 전문인력이 현재 500∼600명 있다고 한다. 미국도 북의 해킹 능력을 중앙정보국(CIA) 수준으로 보고 있다. 이번 해킹 사건을 보면 정부 당국이 북의 사이버 위협에 대응할 만한 정보보안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해놓고 있는지 의문이 생긴다.

북의 해커는 지난달 육군 야전군사령부 소속 대령급의 컴퓨터에 침투한 적도 있다. 최근 여간첩 원정화 수사과정에서 북이 우리 군 장교 명함의 e메일 주소를 해킹에 사용한 사실도 드러났다. 올해 초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직원이 해커의 공격을 받아 자료를 잃었다.

현대 전쟁의 승패는 누가 먼저 상대방의 컴퓨터 작전지휘체계를 마비시키느냐에 달려 있을 정도다. 방산업체와 군, 국가 주요 기관이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무기 개발과 생산 및 도입에 천문학적 비용을 쏟아 붓고도 해킹 한 방에 치명적 타격을 입을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국가안보의 구멍을 막는 해킹방지 대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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