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잠 못 이루는 재정부 물가정책 과장

  • 입력 2008년 9월 30일 02시 57분


물가등락 직접 챙기는 파수꾼

시장 불확실성 커져 좌불안석”

통계청이 매달 1일 발표하는 소비자물가에 울고 웃는 남자가 있습니다.

물가 당국인 기획재정부의 이종화 물가정책과장입니다. 추석 연휴에도 그는 물가 동향을 챙기느라 하루도 쉬지 못했습니다.

오전 5시면 저절로 눈이 떠지는 습관도 생겼다고 합니다.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국제 유가를 확인하기 위해서입니다. 기름값은 한국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요.

그런 이 과장에게 요즘 달력을 확인하는 버릇이 추가됐습니다. 도깨비 같은 금값의 조사시점 때문입니다. 사연은 이렇습니다.

통계청은 매달 489개 품목 가격을 특정 시점에 조사한 뒤 소비자물가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대상품목 가운데 금반지 등 공산품 가격은 매달 14일이 포함된 주에 조사하는데 9월에는 14일이 추석 연휴기간이어서 17일 또는 18일에 조사됐을 것으로 보입니다. 통계청은 물가통계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위해 정확한 조사시점이나 조사 장소 등을 재정부에도 알려주지 않고 있습니다.

이달 17일엔 순금 3.75g(1돈쭝)당 11만9460원, 18일엔 13만4750만 원이었습니다. 17일 치가 반영되느냐 18일 치가 반영되느냐에 따라 약 1만5000원이나 차이가 납니다.

게다가 금값이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는 가중치는 (1000분의) 4.8로 소형승용차(4.5)보다 높습니다. 금값이 10% 뛰면 소비자물가가 0.048%포인트 오른다는 뜻입니다. 실제 8월 소비자물가가 당초 우려와 달리 전년 동월 대비 5.6% 수준에 그쳤던 것에는 금반지 값이 전월 대비 10.7%나 떨어진 영향이 적지 않았다는 게 재정부의 분석입니다.

물가정책과장이 이처럼 금값 조사시점에까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은 그만큼 한국의 대내외 경제 여건이 불안하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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