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지도층 병역’을 특별 관리해야 하는 나라

  • 입력 2008년 8월 28일 02시 57분


여야 의원 36명과 병무청이 사회 지도층과 부유층 인사, 그 아들들의 병역사항을 특별 관리하는 방안을 담은 병역법개정안을 어제 국회에 제출했다. 공직자를 비롯한 지도층과 연예인, 운동선수처럼 병역기피 사례가 많았던 직군(職群) 외에 일정 수준 이상 고소득자와 종합부동산세 고액 납부자도 그 대상에 포함된다. 우리 사회에 아직도 고질적인 병역비리가 뿌리 뽑히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이해가 되지만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이 나라의 풍토가 부끄럽다.

지난 몇 차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도 후보자 아들의 병역문제는 폭발성이 강한 이슈로 등장했다. 정치지도자를 포함한 지도층과 부유층이 자식의 병역의무를 앞장서서 이행하는 이른바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지도층의 도덕적 책무)’를 실천하지 못해 생긴 현상이다. 그동안 병무 당국은 대형 병역비리사건이 터질 때마다 전시성 대책을 내놓았으나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법안을 제출한 의원들은 ‘최근 5년간 적발된 병역비리자 634명 중 기업인 의사 유학생 연예인 체육인 등이 374명(59%)을 차지했다’며 사회지도층 병역자원 집중관리 방식이 병역 면탈 방지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병역비리가 여전한 것은 ‘군대 가면 손해 본다’거나 ‘군대생활은 썩는 것’이라는 피해의식이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군복무를 마치고 직장에 들어갈 경우 인사와 복지에서 배려가 거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군필자의 명예심을 높여주지 못하는 사회 분위기도 병역비리를 부채질하는 요인이다. 어떻게든 군복무를 피하고 사회에 빨리 뛰어드는 것이 최고 인생전략이라는 생각이 지배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혜택을 많이 받은 지도층과 부유층이 국가안보에서 솔선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사회지도층의 자제라고 해서 병역 관리에서 불합리한 차별을 할 경우 위헌 논란을 부를 수 있다. 종합부동산세 고액 납부자를 특별 관리하겠다는 발상도 자칫하면 세금 많이 내는 사람을 불리하게 하는 제도가 될 수 있다. 정교하게 틀을 짜서 사회지도층의 도덕적 책무 의식을 높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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