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정원수]“망하고 싶냐” 협박이 표현의 자유인가

  • 입력 2008년 8월 25일 03시 00분


“신문에 광고하는 것이 주요 판매 수단인 업체에 광고 중단을 요구하는 것을 합법이라고 할 국가는 지구상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검찰이 21일 동아일보 등 메이저 신문 3사의 광고주 협박 행위를 주도한 ‘언론 소비자 주권 국민캠페인’ 개설자 이모 씨, 회원 양모 씨 등 2명을 구속한 이후 만난 검찰 관계자의 말이다.

6월 중순 검찰이 전담수사팀을 구성하면서 수사에 나서자 일부 시민단체와 누리꾼은 “특정 언론사 광고주에 대해 의견을 밝히는 것은 소비자의 고유 권한이며 헌법과 법률이 보호하고 있는 표현 행위”라고 주장했다.

일부 언론은 “외국은 광고주에 대한 불매운동을 표현의 자유 측면에서 폭넓게 인정한다”고 맞장구쳤다.

실제로 이 씨 등은 검찰 조사 때 “(광고주에 대한 불매운동인) 2차 보이콧은 미국에서도 인정되고 있는 소비자 운동의 일환으로서 정당한 행위”라고 여러 차례 진술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은 외국의 대다수 입법 사례 및 판례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검찰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 독일 프랑스에서는 목적과 수단이 합법적이지 않으면 원칙적으로 2차 보이콧은 불법이다.

신문에 광고를 냈다는 이유만으로 밤 12시까지 회사 직원의 휴대전화에 “망하고 싶냐”는 협박성 문자메시지를 계속 보내고, 몇 개 업체를 특정해 집단 협박전화를 걸어 결국 광고 계약을 철회하게 만든 사례는 외국에선 눈을 씻고 봐도 찾기 어려웠다고 검찰은 말한다.

검찰은 광고 중단 협박 행위를 주도하는 단체들이 미국의 폭스뉴스 사례를 들어 정당성을 강변한 데 대해서도 법원에 낸 자료를 통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폭스뉴스 사례 때 민형사상 소송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피해 사례가 극히 적고, 광고 철회도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

검찰 관계자는 “민형사상 소송을 당하지 않았다고 해서 합법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상해를 당해도 피해자가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가해자가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그게 어떻게 합법이 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누리꾼들은 구속영장이 기각되면 이를 계기로 광고주 협박 운동을 다시 벌이려는 계획을 세웠으나 기세가 한풀 꺾인 듯하다. 법원이 ‘광고주 협박’을 불법으로 판단한 뒤에도 기업 명단과 전화번호를 홈페이지에 게시한 일부 단체는 ‘표현의 자유’ ‘소비자 운동’ 운운하며 강변만은 하지 않았으면 한다.

정원수 사회부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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