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박춘호]영토 수호 의지,독도연구소

  • 입력 2008년 8월 19일 03시 01분


금년에 주변국과의 외교 문제가 여럿 발생했다. 일본과의 독도 문제는 국민감정을 한껏 격앙시켰다. 이런 가운데 설립된 동북아역사재단의 독도연구소는 오랜 세월 독도 관련 연구를 해 온 본인으로서는 현재의 학문적 역량을 종합시켜 총괄조직을 두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담겼다고 해석되므로 지극히 환영하는 바이다.

자료정비-인재양성-상대분석을

과거 경험을 토대로 볼 때 정부 차원에서 역사적 국제법적으로 종합적 체계를 구성하여 학문영역의 연구를 수행한 적이 있었던가. 영토 수호와 관련해서는 분쟁에 대응하는 군사력의 증강 및 확보도 중요하겠지만 국제사회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역사적 자료의 수집, 이를 토대로 하는 학문적 이론배경 마련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런 작업을 체계적으로 하는 가운데 국제법적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이번에 설립된 동북아역사재단의 독도연구소는 할 일이 많다. 독도연구소의 무궁한 발전과 영토수호라는 책임의식을 기약하며, 본인이 오랜 세월 연구자로서 걸어 온 경험을 토대로 독도연구소가 영토수호를 위해 꼭 준비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되는 몇 가지를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독도연구소의 추진사업과 관련한 자료정비 사업을 시급히 해야 한다. 매번 독도 문제가 언론에서 언급될 때마다 전국의 여러 학술단체를 비롯해 개인이 소장한 자료가 ‘독도 문제의 해법’ 혹은 ‘독도 문제의 해결’이란 타이틀로 나온다. 이런 자료의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관리가 시급하다. 이를 체계적으로 정비해 놓으면 자료 정비라는 명목으로 같은 사업을 몇 번이고 되풀이하는 우를 범하지 않을 것이다.

둘째, 독도 문제 전문인력 네트워크의 정비 및 인재양성 사업이다. 대한민국 건국이 60년을 넘어가지만 아쉽게도 과거와 비교해 보았을 때 독도 문제와 관련한 인력 풀은 제자리라는 생각이 변하지 않는다. 학문적 성과가 없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독도라는 한정된 문제를 전담할 전문인력을 확보하고 양성해야 한다.

본인이 소속된 국제법 분야만 보더라도 국제법을 전공하고자 하는 학생은 원래 수가 많지 않았지만 그들 중 영토 문제, 국제소송, 해양법 등 독도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공부를 하는 학자는 정말 찾기 어렵다. 독도연구소가 자신들이 하고자 하는 일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고자 한다면 전문인력 확보 및 인재양성에도 힘써야 한다.

셋째, 다양한 분야와의 교류 및 네트워크 구축이다. 독도 문제가 단순히 역사적 국제법적 문제라고만 판단하면 안 된다. 분쟁이 있었던 지난 시간을 입체적으로 되짚어 봐야 한다. 40년 전과 30년 전 일본의 주장이 동해의 어업자원과 도서영유권의 점유를 목적으로 했다면 20년 전과 10년 전의 일본의 주장은 유엔해양법의 질서에 편승한 해양 정책의 견고화 및 독도 주변의 잠재적 자원 확보가 목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른 영토문제 관련 비전 돼야

그렇다면 지금의 그들은 어떤 목적으로 독도를 자신들의 영토라고 주장하는가. 이에 대한 의견이 여러 가지 있을 수 있다. 바로 그 여러 가지 의견을 제시하는 이들과 그들의 분야를 통괄하는 교류를 해야 한다. 일본의 독도영유권 주장이 40년 전 혹은 20년 전의 주장과 같다고는 보지 않는다.

모든 일을 추진할 때 비판적 검토 없이 하는 자세는 무척 위험하다. 학문 영역, 특히 전문 영역으로 구별되는 분야이면서도 위기로 이어질 수 있는 사안을 경솔히 다루고자 하는 이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아무도 없다. 독도연구소의 설립은 현재의 우리가 짊어지고 가야 할 책임이며 동시에 앞으로 한국의 다른 영토 문제와 관련한 비전이 되어야 한다.

박춘호 국제해양법재판소 재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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