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 美대선 눈치 보다간 ‘테러국 해제’ 놓친다

  • 입력 2008년 8월 13일 03시 01분


11일자로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려던 미국의 계획이 북한의 비협조로 연기됐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의회에 해제방침을 통보하고 45일을 기다렸으나 북한은 끝내 핵 프로그램 검증체제 구축에 응하지 않았다. 북한은 1988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된 이래 줄기차게 해제를 요구해 놓고선 정작 기회가 왔는데도 스스로 걷어찬 것이다. 이로써 대미관계 개선은 물론 국제사회에서 정상국가로 대접받을 수 있는 길도 일단 무산됐다.

핵 프로그램 검증은 핵 폐기로 가는 중간단계에 불과하다. 북한이 진정으로 핵을 포기할 의사가 있다면 주저할 이유가 없다. 그 대가로 얻게 될 테러지원국 해제의 혜택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당장 경제난 완화에 필요한 국제사회의 본격적인 지원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런데도 이런 식으로 나오는 것을 보면 핵 포기의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이 임기 막바지에 이른 부시 행정부의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버티기로 전략을 바꿨다면 오산이다. 부시 대통령인들 북핵을 용인한 대통령으로 남고 싶겠는가. 미 국무부도 “북한이 강력한 핵 검증 체제에 합의할 때까지 어떤 양보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핵 협상 단계마다 갖은 핑계로 약속 이행을 늦추는 북의 술책은 더는 통하지 않는다.

11월 미 대선에서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후보가 당선되면 북한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는 기대도 접는 게 좋다. 민주당이 25일 전당대회에서 확정할 대북정책은 부시 행정부와 큰 차이가 없다. 민주당은 북한 핵무기 프로그램에 대한 검증 가능한 종식과 북한이 생산한 모든 핵물질과 무기를 완전하게 보고하도록 하려는 외교적 노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북한의 인권개선에도 큰 관심을 보였다. 민주당이 집권한다 해도 미국의 대북정책이 유화적으로 변할 가능성은 거의 없음을 보여준 것이다.

북한이 부시 정부의 북핵문제 해결과 북-미관계 개선 노력에 호응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차기 정부의 불신만 깊어지게 할 뿐이다. 북한은 이제라도 핵 프로그램 검증에 응해 어렵게 주어진 정상국가화의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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