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KBS와 MBC의 ‘公營’ 거부하고 ‘言論’ 포기하기

  • 입력 2008년 8월 4일 03시 02분


14일 밤 열리는 건국 60주년 기념일 전야제를 수도권 민영방송인 SBS가 생중계하기로 했다. 생중계를 맡아 달라는 정부의 제안을 양대 공영(公營)방송인 KBS와 MBC가 거절했기 때문이다. KBS와 MBC는 비슷한 시간에 벌어지는 베이징 올림픽 경기를 중계해야 한다는 등의 이유를 댔지만, 대한민국 건국 60주년의 의미를 진지하게 고민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더욱이 KBS는 KBS1과 KBS2 등 두 개의 지상파 TV 채널을 갖고 있어서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생중계할 수 있는데도 그렇다.

전국 네트워크를 갖춘 KBS나 MBC가 중계를 맡는 것이 중계의 질(質)이나 시청 편의(便宜) 면에서 효율적임은 말할 것도 없다. KBS의 이번 태도는 굳이 두 개의 채널을 보유해야 할 필요가 있는지 의심하게 만든다. KBS뿐 아니라 MBC의 행태도 ‘다(多)공영, 일(一)민영’인 현행 지상파 방송 체제의 적합성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를 불가피하게 한다.

MBC는 PD수첩의 광우병 괴담 선동으로도 모자랐는지 ‘생방송 오늘아침’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전·의경 부모들의 인터뷰를 왜곡 편집해 내보냈다. 전·의경의 인권을 조명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겠다며 인터뷰를 한 뒤 시위 진압과 부대 복귀를 거부한 의경을 미화하는 내용에 끼워 맞추기 식으로 집어넣은 것이다. 전·의경과 부모들을 대상으로 시위 진압 거부를 선동하자는 것인가. 기본적인 취재윤리도 지키지 않은 행태다. 입맛에 맞는 내용만 짜깁기해 국민을 오도한 PD수첩의 행태가 MBC 프로그램 전반에 일상화돼 있는 것은 아닌가. 제작진과 경영진 모두 반성해야 한다.

MBC는 PD수첩이 사실과 다른 왜곡 및 의도적인 편집으로 국민을 속인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났는데도 변명에 불과한 해명 방송이나 내보내면서 국민에게 사죄하기를 거부하고 있다. KBS 정연주 사장은 편파방송과 적자경영으로 공영방송을 만신창이로 만들어 놓고도 내년 11월까지의 임기를 마저 채우겠다고 버티고 있다. 건국 60주년 전야제의 생중계 거부는 한국 공영방송의 일탈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제 국민이 공영방송 바로 세우기에 목소리를 내야겠다.

▼알려왔습니다▼

8월 2일자 1면 ‘공영 KBS-MBC 난색, 민영 SBS가 대신 맡아’ 제하의 기사와 8월 4일자 31면 “KBS와 MBC의 ‘公營’ 거부하고 ‘言論’ 포기하기” 제하의 사설에서 정부의 건국 60주년 전야제 생중계 요청을 KBS가 올림픽 경기 중계와 프라임 타임대라는 이유로 거부하였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대해 KBS는 전야제와 유사한 내용의 ‘대한민국 60년 특별기획 경축음악회’가 8월 15일 방송 예정이었기에 편성 중복을 피하기 위해 정부가 요청한 전야제 생중계를 하지 않았다고 밝혀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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