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의 ‘남 탓’은 습관성이다. PD수첩은 지난달 24일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으며 ‘앞으로는 영어번역에 신경쓰겠다’고 말해 오역의 책임을 외부번역자에게 슬그머니 전가했다. MBC 내부 대책회의에서 ‘방송 내용에 대한 잘못 인정이나 사과는 하지 않으면서 최대한 시간을 끈다’는 철면피한 방침을 정한 뒤, 9일 이 내용이 외부에 알려지자 ‘내부 고발자’를 색출하는 데 열을 올렸다.
이쯤 되면 MBC가 늦게나마 자정능력을 발휘해 과오를 인정할지도 모른다는 기대는 버려야 할 것이다.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티겠다’는 뻔뻔스러움 앞에서 공영방송의 사회적 책임을 자꾸 거론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일부 신문의 악의적 보도’가 뭘 지칭하는지는 MBC의 구체적인 언급이 없어 알 수 없으나 계속되는 ‘남 탓’은 프로그램의 일차적 책임이 방송국에 있다는 명백한 사실마저 얼버무리는 행태다. MBC 노조는 이번 제재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 가운데 야당 추천 3명이 퇴장한 가운데 친(親)정부 성향 위원 6명끼리 내린 심판’이라고 비난했다. 국민의 자산인 전파를 빌려 쓰면서 심의기구의 합법적 절차를 부정하는 것은 MBC가 법 위에 군림하려는 집단임을 말해준다.
누리꾼 사이에는 MBC의 사회적 해악을 막기 위해 다음번 지상파방송사 재허가 때 MBC에 대한 허가를 취소해야 한다는 강경론이 나온다. MBC의 궤도 이탈이 심해질수록 이런 주장이 힘을 얻을 것이다. MBC의 도덕불감증이 계속 도지면 외부 개입의 정당성을 키우고 스스로 몰락하는 길을 걷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