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광형]되로 받고 말로 주는 ‘국제 특허분쟁’

  • 입력 2008년 7월 16일 03시 01분


기름 값이 배럴당 140달러가 넘었고 연말까지 200달러로 오를 수 있다고 예측한다. 걱정은 이것뿐이 아니다. 자원 무기화 추세에 따라서 원자재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원자력발전의 원료가 되는 우라늄 광산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며, 태양광 발전을 위한 솔라셀의 원료 값이 올라 대체에너지 개발의 길도 만만치 않을 것이란 예감이 든다.

이럴 때일수록 자원 빈국 대한민국의 앞길을 생각하게 된다. 이명박 정부는 1인당 4만 달러 소득 국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 2만 달러 국가를 4만 달러 국가로 만들기 위해서는 모든 분야에서 두 배로 잘하면 될 것 같다.

조선 자동차 반도체와 휴대전화 등 현재 잘하는 주력 산업을 두 배로 잘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새로운 산업을 개척해야 한다는 말이다. 어떤 산업을 일으켜야 할까? 일단 에너지와 자원을 많이 소모하는 산업은 적합할 것 같지 않다.

소규모의 하드웨어 속에 부가가치가 높은 소프트웨어가 들어가는 산업을 지식산업이라 부른다. 지식산업은 에너지와 자원을 많이 사용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반도체에 고급 회로를 넣어 만들면 지식산업이다. 디지털기기에 고급 콘텐츠를 넣어 판매하면 지식산업이 된다. 무게가 없고 보이지 않는 소프트웨어는 대표적인 지식산업이다. 영화와 컴퓨터 게임도 물론 지식산업이다. 금융과 제약도 지식산업이다. 이런 지식산업이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이 아닌가 생각한다.

지식산업은 어떻게 육성하는가? 물론 고급 인재를 양성하여 지적재산을 많이 개발해야 한다. 이렇게 개발된 지적재산을 잘 관리하는 일도 중요하다. 어렵게 개발한 기술이 빛을 보지 못하고 분쟁에 휘말려 어려움에 처하는 경우를 가끔 보기 때문이다. 선진국형 산업은 지식산업이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미국은 만성 무역 적자국이면서 채무국이다. 그러나 특허 사용료를 주고받으면서 생기는 특허수지를 보면 미국은 세계 1위의 흑자국이다. 2006년에는 359억 달러나 벌어들였다.

한국도 지적재산권에 관해서는 괄목할 만한 진전을 이뤘다. 세계 5대 특허 출원국이 되어 미국 유럽 일본 중국과 함께 세계 ‘5개국 협력체제’의 일원으로 활동한다. 특허 출원도 양 중심에서 질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다. 특허청은 출원인이 원하는 시점에 심사하는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한다. 신속 심사뿐 아니라 심사 시간을 늦추고자 하는 출원인의 요구도 들어주기 위함이다.

한국이 나갈 길은 명확하다. 제조업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에너지를 적게 사용하는 새로운 지식사업을 개척하는 것이다. 지적재산을 보호하고 관리하는 제도가 더욱 선진화돼야 한다. 특허 심사의 질적 수준을 높여 불필요한 분쟁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이광형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미래산업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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