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상훈]의료보험 민영화 안 하겠다는데도…

  • 입력 2008년 6월 23일 02시 57분


정부와 한나라당이 22일 당정협의를 열고 10일 입법예고한 의료법 개정안을 포함해 실손형 민간의료보험 도입, 영리의료법인 허용 등 논란의 소지가 큰 정책은 당분간 논의하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의료법 개정안 입법예고 직후부터 건강세상네트워크 등 보건의료시민단체들로부터 “밀실행정을 통해 의료보험을 민영화하려고 한다”며 공격을 받아 왔다. 복지부는 그때마다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는 검토하지 않고 있으며 의료법 개정안에 의료보험 민영화에 대한 내용은 없다”고 설명했다.

사실 의료법 개정안은 유시민 전 복지부 장관 재임 때인 지난해 2월 처음 만들어졌다. 당시 34년 만에 제출된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 가장 반발한 쪽은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였다.

이 법안은 17대 국회에서 여야 이견으로 통과되지 못해 자동 폐기됐고, 복지부는 18대 국회 시작과 함께 개정안을 다시 입법예고한 것이다.

복지부는 “지난해 법안보다 훨씬 덜 ‘산업적’인 개정안인데도 비판만 있으니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진료에 대해 민간보험사와 병원이 직접 가격 계약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과 △의료기관의 경영효율을 높이기 위해 프리랜서 의사를 도입하는 조항은 이번 개정안에서 삭제됐다. 또 영리법인과 보험 민영화에 대한 조항은 아예 들어 있지도 않다.

그러나 건강세상네트워크 등 보건의료시민단체들은 이번 의료법 개정안이 보험 민영화의 시발점이라고 주장한다. 외국인 환자에 한해 유인과 알선을 허용하면 국내 환자는 푸대접받을 것이고, 의료법인 합병을 허용하면 대형 병원이 장악해 의료 서비스가 돈벌이로 전락한다는 것. 이들은 의료법 개정안이 장기적으로 건강보험 민영화로 이어진다며 촛불집회의 5대 의제로 설정해 반대 운동을 벌이고 있다.

건강보험을 민영화한다면 국민의 저항은 지금보다 훨씬 클 것이기 때문에 복지부는 건강보험 민영화에 대해 줄곧 반대 입장을 밝혀 왔다. 그런데도 시민단체들이 ‘의료법 개정=의료보험 민영화’로 선전하고 있어 시민은 민영 의료보험과 영리 의료법인의 허용을 건강보험 민영화로 잘못 알고 있다.

이제 당정이 ‘오해’를 풀겠다며 한 발짝 물러나면서 시민단체들이 참여하는 공청회 등을 통해 여론을 수렴하겠다고 했다. 활발한 토론을 통해 오해를 풀고 바람직한 해법이 나오길 기대한다.

김상훈 교육생활부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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