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in 포커스]원혜영 통합민주당 원내대표

  • 입력 2008년 6월 14일 03시 01분


강온 겸장의 ‘小野 사령탑’

의정 선진화 선봉장 될까

소위 활성화-예결특위 상설화 목표

투쟁전략보다 국회정치 복원 길찾기

원 구성 전략은 “법사위 절대 사수”

《요즘 원혜영(사진) 통합민주당 원내대표의 양복 안주머니에는 A4 용지 크기의 복사물 몇 장이 들어있다. 쇠고기 협상전략에 관한 게 대부분이다. 그러나 1996년 15대 총선 직후의 정치상황이 일지 식으로 정리된 메모가 눈에 띈다.》

메모에는 신한국당(한나라당의 전신)이 얻은 의석수와 개원 협상 결과가 “4/24 무소속 영입시작, … 야당 반발, 5/20 의원 영입, … 7/8 개원식…” 등으로 정리돼 있다.

원 원내대표에게 발등의 현안은 쇠고기 정국의 마무리다. 현재 쇠고기 재협상을 요구하는 촛불 시위대와 재협상 없이 실효성 있는 수입제한을 제시하는 정부 여당 사이에 끼인 그로서는 그 간극을 메워야 할 부담을 떠안고 있다.

하지만 한 장의 메모지는 그가 이 순간 ‘쇠고기 이후’에 닥칠 상임위 구성 협상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웅변하고 있는지 모른다. 민주당 소식통은 13일 “당의 원내전략가들은 시민단체와 부분적 선긋기를 통한 국회 복귀를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결단의 순간이 그리 멀지 않았음을 짐작하게 하는 말이다.

원 구성 협상에서 민주당은 법제사법위원회 사수를 선언한 상태다. 모든 제정·개정 법률이 거쳐 가는 법사위 위원장만큼은 민주당이 차지해 한나라당의 입법 주도를 막겠다는 목표다.

12일 국회 내 집무실에서 기자와 마주앉은 원 원내대표는 “법사위 양보는 절대 안 된다. 홍준표(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양보해야 할 거다. 합의 안 되면 국회가 공전하는 걸 여당이 감당해야지”라고 했다. ‘부드러운 남자’로 불리지만 이 문제만큼은 부드럽지 않을 태세다.

이날 인터뷰에서 그는 야당의 투쟁전략보다는 국회정치의 선진화 방안에 시간을 더 할애했다. 거대한 상임위원회보다 소위원회를 활성화하자고 했다. 그가 강조하는 국회정치의 복원방안이다.

보건복지위원회라면 의료 국민연금 등 상이한 전문영역이 상존해 심도 있는 논의가 쉽지 않을 수 있다. 의료선진화 소위, 국민연금 개혁 소위 등으로 쪼갠 뒤 전문화하자는 주장이다. 상임위 출석의원이 많아서 ‘15분 발언, 5분 보충질의’로 발언이 제한되면서 “내 말 먼저 하자. 장관은 나중에 하시라”는 기현상을 만든다고 했다.

다른 목표는 그동안 연말에 한시적으로 열었던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상설화다. 그는 “예산 심의는 거의 비공개리에 논의된다. 기자들도 열심히 취재해 봐야 가십거리 몇 개 정도밖에 못 건진다”고 했다. 1년 전 국회가 뚝딱 해치웠던 예산심사 내용이 어떻게 쓰였는지를 따지는 게 야당의 본령이지만, 한계가 크다고 했다.

물론 상임위 및 예산심의 개혁이 처음 나온 얘기는 아니다. 그러나 자기 이름을 걸고 여당과의 협의를 통해 실현하겠다고 약속한 야당 원내대표는 그가 처음이다.

이에 대해 당 내에선 “너무 이상주의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그의 구상은 열린우리당이 민주당에 남겨놓은 무능의 이미지를 넘어서기 위한 선택이란 시각도 있다.

재야 시절 동료였던 김부겸 의원은 이런 선택을 ‘새로운 길 찾기’로 설명했다.

“운동권 원혜영은 1980년대 기업 경영을 선택했고, 피터 드러커의 경영서적을 펼쳐들었다. 동료들이 운동권 서적에서 헤어나지 못할 때였다. 그는 다른 세상을 봤고, 주위의 질책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원 원내대표가 이끄는 민주당이 여야 싸움에 휘말려 과거의 국회로 회귀할지, 의정활동 선진화의 길로 들어설지는 현재로선 알 수 없다. 그의 임기는 1년. 내년 5월까지 그의 ‘새로운 길 찾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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