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in 포커스]통합민주당 추미애 의원

  • 입력 2008년 6월 10일 03시 00분


연합뉴스
4년만의 컴백 ‘추다르크’밑바닥 黨心잡기 총력

《7일 만난 통합민주당 추미애(50·사진) 의원은 여전히 당찼다. 4년간의 아픈 공백기를 거쳤으니 적당히 타협도 하고 두루뭉술하게 넘어갈 법도 한데 그렇지 않다. “이대로는 희망 없는 불임정당이 될 것”이라며 당의 아픈 곳만 골라 콕콕 찌른다.》

“민주당 계파정치 더이상은 안돼”

비타협적 이미지 장점이자 단점

대중성 비해 낮은 당심이 걸림돌

탄핵 역풍이 정치권을 휘몰아치던 2004년 총선, 그는 옛 민주당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삼보일배를 하며 당을 지켜 달라고 호소했지만 외면당했다. 본인도 낙선했다. 그래서일까. 그는 민심을 의식하는 듯했다.

“대선과 총선의 패인을 국민의 보수화 경향으로 풀이해서는 안 된다. 유권자는 정치권에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대안을 원하고 있는데 민주화 세력은 과거에 머물러 있었다.”

그는 18대 총선의 서울지역 화두 중 하나였던 ‘뉴타운’에 대해서도 욕망의 정치로 폄훼하기보다 국민의 현실적 요구가 분출된 사례였고 정치권이 이를 어떻게 수용할지가 중요했다고 평가한다.

추 의원은 이를 위해 정책과 해법에 주목한다. 상임위도 예산과 세제, 경제정책 전반을 관장하는 기획재정위원회(가칭)를 지원했다.

어찌 보면 실용을 강조하는 것 같지만 현 정부의 그것과는 분명히 선을 긋는다. 그는 “시장만 강조하면 패배자는 눈에 안 뜨인다. 건강권이나 교육 등은 사회가 부담해야 하고 국민의 창발성을 보장한다는 전제에서 경쟁도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한때 “차세대 주자”라고 했던 추 의원의 단기 목표는 당권이다. 다음 달 6일로 예정된 전당대회에 나설 생각이다.

하지만 민주당 의원들에게 ‘추미애 당대표론’을 물으면 고개를 갸우뚱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포용력과 당내 기반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2004년 선대위원장 당시 박상천 현 민주당 공동대표를 공천에서 탈락시킨 뒤 생긴 불화도 아직 채 가시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의원은 “당에서 자체 여론조사를 해보면 일반 유권자에게서는 높은 점수를 얻지만 당원들로부터는 인색한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은 일반 유권자 사이에서의 인기도 거품일 수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추 의원도 이 같은 점을 인정한다. 그러나 “민주당 내 계파 정치는 지난 두 번의 선거에서 이미 심판을 받았다. 그런데도 또다시 계파에 갇히자는 것이냐”고 반문한다.

‘추다르크’(추미애+잔다르크)로 표현되는 직선적이고 비타협적인 이미지도 장점이자 단점으로 꼽힌다. 그는 2001년 기자들과 가진 술자리에서 “○○ 같은 가당찮은 놈이 ○○에 글을 써서”라고 말하는 등 정제되지 않은 격한 발언을 해 설화를 겪기도 했다.

이런 점을 의식했는지 그는 최근 출입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폭탄주를 10잔 이상 마시며 “지난 4년 동안 많이 성숙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가 지난 2년간 미국에 가 있으면서 밥 짓고 빨래하고 아이들 학교에 태워다 주며 사람 사는 세상을 새삼 느꼈다고도 했다.

1995년 광주고등법원 판사였던 추 의원은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총재의 발탁으로 정계에 발을 디뎠다. 당시 그가 남편(서성환 변호사)에게 “돈도 기반도 없는 내가 정치를 할 수 있을까”라고 묻자 남편이 “돈 들고 하는 정치는 아무나 한다”며 등을 떠밀었다고 한다.

‘대구 출신에 호남 집안의 며느리, 판사 출신의 재원, 3선 의원’인 그는 지금 민주당 내 계파 구도와 무관하게 무형의 세력을 만들 준비를 하고 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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