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하영제]‘온실가스 저장고’ 나무를 심자

  • 입력 2008년 6월 10일 03시 00분


작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기후변화협약 총회에서는 2013년 이후(Post-2012)에 선진국은 물론 개발도상국까지 온실가스 감축에 참여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발리 액션플랜이 채택됐다.

온실가스 배출 세계 10위권의 우리나라는 여러 지표로 볼 때 선진국 수준 혹은 개도국 중 가장 강한 의무 부담압력을 받을 것이 확실시된다. 정부는 이에 대응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저탄소 사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나무는 최적의 대안이다. 나무는 자라면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뿐 아니라, 이로부터 나온 목재는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신재생에너지로서 배출을 감축하는 역할을 한다. 나무와 목재는 저탄소 사회 구현에 중요하다. 그 내용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우선 나무는 광합성 작용을 통해 온실가스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나무는 대기로부터 흡수한 이산화탄소와 뿌리를 통해 얻은 물로 햇빛에서 얻은 에너지를 사용해 유기물을 만들어 저장한다. 즉 흡수한 이산화탄소를 그대로 저장하지 않고, 탄소를 함유한 유기물로 형태를 바꾸어 줄기 가지 잎 뿌리 등에 저장하는 것이다.

한 사람이 평생 1000여 그루의 나무를 심는다면 자신이 생활하면서 배출한 온실가스 빚을 갚을 수 있다고 한다. 도시 숲, 학교 숲을 조성하고 한계농지에 나무를 심고, 북한 황폐지를 복구하며, 숲 가꾸기를 통해 더 많은 온실가스를 흡수할 수 있을 것이다.

나무는 또 여름에는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냉방 에너지를 줄이며 이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 또한 줄어들게 된다. 대구는 1995년 이전까지만 해도 ‘찜통도시’로 유명했다. 그러나 그 이후 대대적인 나무 심기를 통해 녹지면적을 늘린 결과 최근에는 그 불명예를 벗어났다.

6∼8월 하루 최고기온 평균이 1994년 섭씨 33도에서 근년에는 30도 이하로 떨어진 것이다. 나무가 잎을 통해 물을 증산시키는 과정에서 주위 열을 빼앗아 자연의 에어컨 역할을 하였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나무에서 나온 목재는 그 가공과정에서 에너지가 적게 드는 친환경 원자재다. 목재는 가공과정에서 철이나 시멘트, 플라스틱 등에 비해 에너지가 덜 든다. 또 목조주택은 단열효과가 다른 원자재에 비해 뛰어나 냉난방 에너지도 상당량 줄일 수 있다.

특히 나무를 베어낸 자리에 다시 나무를 심게 되면 배출한 양만큼 온실가스를 다시 흡수, 저장할 수 있다.

현장에 바이오매스(생물자원) 생산을 위한 바이오 순환림을 조성하고, 숲 가꾸기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잔재를 연료로 사용하며, 목제품을 폐기할 때 연료로 재활용한다면 화석연료 대체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는 훌륭한 수단이 될 것이다.

이처럼 나무는 자라면서 대기 중의 온실가스를 흡수, 저장하는 녹색의 온실가스 저장고이며 자연의 에어컨이다. 또한 이로부터 얻은 목재도 온실가스를 저장하는 생활 속의 온실가스 저장고 역할을 한다.

따라서 새로이 숲을 조성하고, 건강하게 가꾸어 잘 자라게 하면 저탄소 사회의 실현을 앞당길 수 있다.

하영제 산림청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