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외환위기說 낳은 베트남의 경제 불안

  • 입력 2008년 5월 28일 22시 53분


지난 10년간 연평균 7% 이상, 최근 3년간 연 8%대의 고도성장을 지속해 세계 뭉칫돈의 유망한 투자처로 각광받던 베트남 경제가 위기에 빠져들고 있다. 소비자물가는 1년 사이에 25.2% 올랐다. 1∼5월 중 수출은 27% 증가에 그쳤는데 원유 공장설비 등 수입은 67% 급증해 무역적자가 작년 같은 기간보다 3배 이상 많은 144억 달러로 불어났다. 화폐가치는 떨어지고 달러화는 귀해졌다. 국영기업들의 공격적 투자가 부실화할 경우 경제 전반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일본의 한 증권회사는 “베트남이 수개월 내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해야 할지 모른다”는 진단까지 내놓았다. 물론 “외채상환에는 문제가 없다” “중장기 성장을 위한 경기조절 과정이다”라는 긍정적인 관측과 분석도 있다. 10년 전 보유 외환이 바닥나 가혹한 구조조정을 조건으로 IMF 신세를 졌던 우리로선 남의 일 같지 않다.

작년 세계 금융시장을 강타한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에서 보았듯이 국제금융시장은 긴밀히 얽혀 있다. 베트남의 경제위기도 국경을 넘어 동남아시아와 한국에 충격을 준다. 한국은 베트남에 직접투자를 가장 많이 한 나라로 규모가 15조 원에 이른다.

한국에서 팔린 베트남 펀드가 2조7000억 원이나 되는 만큼 베트남 증시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베트남 주가는 2006년 7월부터 급등했는데 한국 투자자도 대거 가세하면서 작년 5월엔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 측 자금이 거품을 만든다”는 비판과 고(高)위험투자에 대한 우려가 이어진 끝에 주가는 최근 6개월 사이에 60%나 폭락했다. 베트남 펀드 수익률도 올해 들어 ―33%로 부진하다. 하지만 폐쇄형은 아예 환매가 안 되고, 나머지 펀드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환매를 적극 권하지는 않고 있다.

한국의 단기외채가 2005년 말 659억 달러에서 작년 말 1588억 달러로 급증하자 일부 전문가로부터 ‘외환위기 때가 연상된다’는 말들이 나온다. 베트남의 경제 불안에 비춰 우리의 단기외채 관리에도 문제는 없는지 다시 한 번 챙길 필요가 있다. 만사 불여튼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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