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혜원女高처럼 ‘변하는 학교’가 이긴다

  • 입력 2008년 5월 21일 23시 01분


서울 중랑구 망우동 혜원여고가 일반계 고교로는 처음으로 기숙사를 세우기 위해 첫 삽을 떴다. 학생들은 밤늦도록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을 갖게 됐다며 신나는 표정이다. 교장과 교사들이 기숙사 건립을 지원할 기업을 찾아 뛰어다닌 끝에 ㈜부영의 기부를 받아냈다.

이 학교는 올해 초 400석 규모의 독서실형 자율학습실을 만들어 전자카드로 출결 사항을 자동 체크해 학부모에게 문자메시지로 알려주고 있다. 교사들은 논술강의를 위해 토요일에도 나온다. 대학생 선배들도 1, 2학년생 30여 명을 모아 놓고 방과후 그룹지도를 한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서울대에 한 해 19명까지 보냈던 명성을 되찾기 위한 혜원여고의 변신 노력 뒤에는 고교선택제도가 있다. 현재 중학교 2학년생이 고교에 진학하는 2010학년도부터 서울 거주 중학생의 20∼30%는 지역에 상관없이 원하는 학교를 골라서 갈 수 있다. 이에 따라 이 학교처럼 경쟁 무풍지대였던 일반계 고교까지도 학생들에게 선택받기 위해 교육의 질을 높이려고 애를 쓰고 있는 것이다.

강남에 비해 입시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던 일부 강북 학교들은 우열반 강화는 물론 교사가 과목별로 맞춤형 강의를 하는 특별면학실까지 운영하고 있다. 명문대반을 만들고 멀티미디어 강의 시설 및 체력단련 시설을 갖추겠다는 학교도 있다. 소비자의 선택 폭이 넓을수록 서비스와 상품의 질이 높아지는 것은 교육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학교 간 경쟁의 최대 수혜자는 학생과 학부모다. 교육 수준이 높아지면 사교육에 매달릴 이유도 줄어든다. 최근 국가인권위원회는 우열반이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했지만 학력(學力)이 높은 학생들을 떨어지는 학생들과 한 교실에 놓아두고 둘을 동시에 피해자로 만드는 교육이야말로 인권 침해다.

세계 각국이 벌이고 있는 교육개혁은 거의 혁명에 가깝다. 방법은 각각 달라도 교사 학생 학부모에게 더 많은 자율과 선택권을 줘야 한다는 큰 원칙은 같다. 교육의 질을 높이는 것만이 국가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비결이기 때문이다. 자율과 선택, 그리고 경쟁은 교사와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배우는 열정의 불씨를 댕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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