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동원]통행료 할인, 수도권 웃고 지방은 울고

  • 입력 2008년 5월 21일 03시 01분


“처음에는 출퇴근시간 고속도로 요금을 할인해 준대서 기대를 잔뜩 걸었는데 막상 빛 좋은 개살구였습니다.”

경북 구미시에서 대구까지 매일 고속도로로 먼 거리를 출퇴근하는 김성수(46·회사원) 씨는 오죽 화가 나면 신문사에 전화까지 했겠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충남 계룡시에서 대전까지 출퇴근한다는 박동윤(42·학원강사) 씨는 기자에게 e메일을 보내 “결국 지방 주민이 낸 통행료를 수도권 주민의 요금 할인에 보태주는 격 아니냐”고 따졌다.

지방 주민들이 발끈한 사연은 이렇다.

정부는 출퇴근길 고속도로 통행료를 최고 50%까지 깎아주는 유료도로법 개정안을 13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하고 20일부터 시행했다.

문제는 출퇴근 거리였다. 정확히 말하면 고속도로 나들목 간 거리가 20km 미만인 구간만 할인 대상으로 정한 데서 비롯됐다.

수도권에서는 이 기준에 따라 통행료를 할인받는 주민이 많다. 하지만 지역이 상대적으로 넓은 지방은 사정이 다르다. 출퇴근 거리가 30∼40km인 경우가 적지 않다.

대구 인근을 중심으로 따져보자. 대구∼구미 38km, 구미∼김천 28km, 대구∼경주 65km. 정부 방침과 달리 통행료 감면 혜택을 보기 어려운 구간이다.

고속도로 출퇴근 통행료 감면에 기대를 걸었지만 지방 주민은 혜택을 받는 경우가 적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됐다.

국토해양부와 도로공사가 현장을 얼마나 파악했는지 의문이 간다. 지역의 생활 특성과 구간별 출퇴근자 수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졸속행정’이란 비판이 나오는 건 당연하다.

정부정책은 효율성과 형평성이 생명이다. 국민이 매일 매일 피부로 느끼는 교통행정이야말로 고민과 해답을 ‘현장’에서 찾아야 한다.

통행료를 많게는 절반까지 깎아주는 거야 권장할 일이지만 지방 주민들이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지 않게 정책을 제대로 만들었어야 한다.

일단 만들어 놓았다가 불만이나 부작용이 나오면 그제야 외양간을 고치느라 호들갑을 떠는 일을 이제 그만할 때가 되지 않았나.

어떤 정책이든 시행하기 전에 소비자의 처지에서 충분히 생각해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 너무도 당연한 이 말을 곱씹어 보라고 공직자들에게 말하는 것 자체가 민망한 일이다.

김동원 사회부 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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