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쇠고기 때문에 FTA 안하겠다는 건 비겁하다

  • 입력 2008년 5월 21일 03시 01분


정부는 미국에서 광우병이 추가 발생하면 미국 쇠고기의 국내 수입을 중단하고 30개월 이상 소 등뼈의 횡돌기 등 일부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 부위도 수입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미국과 합의했다. 광우병 파동에 따라 정부가 미국에 추가 협의를 요청해 얻어낸 결과다.

이번 합의가 내용과 형식면에서 야당이 요구하는 수준에 못 미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검역주권을 확보했고, 미국의 국내 규정과 동일하게 SRM 수입 금지 대상을 확대한 것은 상당한 수준의 보완대책이다. 비록 양국 통상장관 간 문서교환 형태로 이뤄진 합의이긴 하나 협정문에 맞먹는 효력도 있다고 한다. 실질적으로 광우병에 대한 국민의 우려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데도 야권은 “여론을 일시 무마하려는 면피용 협상”이라고 비난하면서 공세를 누그러뜨리지 않고 있다.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는 어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에 협조해 달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요청에 대해 “쇠고기 재협상 없이는 FTA에 대한 어떤 말도 꺼낼 만한 상황이 아니다”면서 면전에서 거부했다. 언제까지 쇠고기 문제로 한미 FTA의 발목을 잡으려는 것인지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다.

본란에서 거듭 강조했듯이 한미 FTA와 쇠고기 문제는 별개의 사안이다. 쇠고기 문제도 이 정도로 마무리 지을 때가 됐지만 그래도 미흡하다고 여긴다면 그건 그것대로 따지면 된다. 협정문에 명기돼 있듯이 사정 변경이 생길 경우 이번처럼 추가 협의가 가능하고 정부도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꼭 재협상을 해야만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한미 FTA가 성사되면 오히려 쇠고기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FTA에 위생검역 조치에 관한 규정이 있어 이를 근거로 우려 사항에 대한 협의와 조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야당이 쇠고기 문제와 연계해 FTA 비준 동의를 거부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손 대표는 지금이라도 정치적 결단을 통해 한미 FTA 찬성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비겁하다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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